"대통령제 없애는 대통령될 것"…이정미, 대선 출사표[전문]

이 전 대표, 23일 공식 대선 출마 선언
"기득권 양당정치 판 갈 것"
  • 등록 2021-08-23 오전 10:32:03

    수정 2021-08-23 오전 10:32:03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23일 “대통령제를 없애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기득권 양당정치의 판을 갈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고, 민주당의 개혁을 견인하거나 뒷받침하겠다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의당만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겠다”며 “양당 중심의 ‘낡은 공화국’의 반복은 대통령 제도라는 사생결단식 낡은 권력 체졔가 있기 때문이고, 이것을 대통령제 폐지와 의원내각제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기후 대통령’이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가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한 전환의 과정에 승자와 패자가 갈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저와 정의당은 노동의 의미를 확장할 것”이라며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어진 보편적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노인과 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살피는 돌봄이 왜 노동시장 최하위층으로 내몰려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모든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대표 대선 출마 선언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저는 오늘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합니다.

부동산 부자들이 내놓는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을 비웃듯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주 120시간 일하게 하자’는 비현실적 언어들이 다음 정권을 잡겠다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대양당의 경선이 추악한 네거티브로 흐르고 후보들은 너나없이 자책골을 넣는데도 정의당은 아직 경기장 안의 주전선수로 비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진보 개혁의 진영 논리에 갇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변명은 오히려 생존의 위기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흔들렸던 과거와 철저히 결별해야 합니다. 정의당이 무너지면 사회적 약자들의 삶도 무너진다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새로 태어날 것입니다. 지난 10년, ‘진보개혁연대’와의 단절을 선언합니다.

기성정치의 문법에 갇혀 상상력과 전망을 잃은 진보 정치는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절박함은 여전히 진보 정치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진보 정치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은 진보 정치의 혁신과 변화 위에 가능합니다.

저는 반드시 정의당의 당원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 정치, 혁신과 변화의 드라마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시대 변화를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기성정치, 그 변화를 간파했음에도 지금의 이익을 위해 꿈쩍도 하지 않는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바톤을 빼앗아 청년 세대에게 건네주는 일을 제가 하고자 합니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어깨에 힘 좀 빼도 살아갈 만한 세상, 내 꿈을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실패해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그것들을 절실히 갈망하는 이들 곁에 나라를 세우겠습니다.

승자독식 세습 자본주의의 성채는 그대로 두고 주인만 바꿔가며 싸우는 사생결단의 정치, 국민의 삶은 뒷전이고 상대의 실책에 기대어 점수 얻을 생각만 하는 게임의 정치,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 오로지 진영 논리로 국민을 겁박하는 증오의 정치는 무대에서 퇴장해야 합니다.

저와 정의당은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정치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시작된 ‘진보개혁연대’에 종언을 고합니다. 기득권 양당정치의 판을 갈겠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민주당의 개혁을 견인하거나 뒷받침하겠다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정의당 대통령 후보 이정미는 정의당만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지구적인 문제의 답을 내놓는 선도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문화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지구적인 답을 찾도록 숙제를 낸 막강한 스승”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4차 대유행으로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상황은 마스크도 백신도 온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우리를 다그치는 채찍질입니다. 지구적인 답, 그렇습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대한 변화가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 어떤 나라도 앞선 해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시대 온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를 선진국의 일원이 된 대한민국이 앞서서 답을 내놓고함께 해결하자고 손 내밀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산업화 시대에 허리띠를 함께 졸라맸고, 민주화 시대 권위주의 독재에 맞서 함께 싸웠습니다. 우리 국민은 공통의 지향으로 두려움 없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향해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정글에 내던져진 시장 권력의 시대는 길을 잃었습니다. 나라가 눈부신 성장을 했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그곳은 ‘내가 없는 사회’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시민들과 함께 나와 우리를 찾는 시대의 목표를 세울 것입니다.

기후 변화와 자원 고갈을 해결하는 연대, 좀 더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투자의 확대, 한 사람도 뒤로 남겨지지 않도록 서로를 살피고 돌볼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 우리 삶을 지탱시켜준 ‘상호의존성’의 회복, 그 길을 함께 만들 것입니다.

저는 ‘돌봄 혁명의 시대’를 여는 ‘돌봄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생태 돌봄’,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개정으로 ‘생태 돌봄’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헌법 제1조에 ‘주권자인 국민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모든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우는 나라’를 선언할 것입니다. 코로나의 교훈 앞에서도 ‘성장’만을 외치는 가짜 정치를 멈추어야 합니다. 더는 GDP 숫자와 성장 수치는 대한민국 국정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올여름 전 세계 이상기후로 사람들은 말합니다.

‘20세기에 굶어 죽을 걱정이, 21세기에 타서 죽을 걱정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과연 무사히 늙어갈 수 있는가.’ 1.5도, 이 절박한 숫자가 우리에게 부여한 시간은 불과 10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10년의 절반인 다음 대통령의 임기, 그 5년 안에 위기의 해법을 찾는 ‘기후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한 전환의 과정에 승자와 패자가 갈려서는 안 됩니다.

기후 위기와 싸우는 것은 ‘기후 위기로 돈을 버는 세력’과의 싸움입니다. 이윤 독식에 민감한 이들은 올라가는 지구의 온도만큼 미래의 이익이 얼마나 오를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산업전환 과정에서 쇠퇴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 폐쇄되는 석탄 화력 발전소의 노동자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움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절반의 전환은 절반의 정의입니다. 저와 정의당은 일하는 사람, 그 누구도 내쳐지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을 준비할 것입니다.

‘노동 돌봄’, 배제된 노동 시민의 민주주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7년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2021년 그 노동은 누구입니까. 헌법과 법률 바깥에 680만 배제된 노동, 새로운 노동 시민이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입니다. 이들은 야만적인 자유계약에 의해 최저기준선도 없이 개인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시장 제일 밑바닥에 존재합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의지해서, 사람의 얼굴은 사라진 알고리즘에 통제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이들은 노동자입니까, 노동자가 아닙니까. 임노동 바깥의 일하는 시민, 하청업체 비정규직보다 못한 삶으로 내몰린 자영업자들, 이들은 사장입니까, 노동자입니까.

플랫폼 시장의 확산을 비롯한 자유계약시장의 확대는 20세기 노동의 개념을 무너뜨렸습니다. 이 상황에 노동법 몇 개 뜯어고치고, 몇 개의 근로 기준을 붙여넣는다고 다음 시대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이냐 아니냐는 저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리는 이들.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의 울타리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 헌법과 법률 그 어디에도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이들. 이들을 기존 노동의 의미에 좁게 가둘 수 없습니다.

저와 정의당은 노동의 의미를 확장할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주어진 보편적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노동 시민의 권리를 민주주의로 돌보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사회계약, 그 첫 시대를 대한민국의 정의당이 열어나갈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와 복지국가를 뛰어넘는 ‘돌봄 혁명’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인간은 오랜 역사 동안 스스로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의존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50년 숨 가쁘게 달려온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대가는 관계의 해체이고 고립과 외로움입니다. 시민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의지와 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태, 어려움이 닥쳐도 내 손 잡아줄 곳 하나 없는 사회, 그곳이 바로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입니다. 모든 것이 무한경쟁에 내던져진 신자유주의 시대, 거기에 불어 닥친 코로나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돌봄’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만듭니다.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했던 ‘거리두기’는 필수노동이라 불린 돌봄노동 위에 가능했습니다. 필수노동자들의 감동적인 책임과 헌신에만 기대어 이 위기를 이겨 낼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 의료기관의 돌봄 인력들이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가사 육아의 돌봄이 다시 가족 안의 여성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외로움을 설레는 삶으로 바꾸는 일, 노인과 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살피는 돌봄이 왜 노동시장 최하위층으로 내몰려야 합니까. 돌봄 혁명을 위해서는 먼저 돌봄 부정의를 혁파해야 합니다. 모든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돌봄 혁명은 돌봄을 제공하고 돌봄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입니다. 평등한 상호의존의 정신이 돌봄 사회의 정의입니다.

지난 20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지탱해 왔던 복지국가 시스템, 그러나 차가운 숫자와 통계에 기반하고, 현금 현물 제공에 그친 복지국가는 사람과 공동체를 놓치고 있습니다.

20만 원이냐, 25만 원이냐. 현실과 동떨어진 보편 선별 복지논쟁은 코로나 위기 앞에 무기력해진 지 오래입니다. 당장 한 달 수입이 끊어져 신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앞에 공감 없는 정책은 이제 거둡시다.

관료적 시스템은 따뜻한 지역공동체와 주민자치로 보완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시민들이 이웃과 환경을 돌보는 일에 참여할 때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새로운 소득체계가 마련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근로, 사업, 이자, 배당, 퇴직, 기타 소득에 이은 제7의 소득, ‘참여 소득’이라 부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자리 숫자 늘리기, 먹고 살기 위해 버텨야 하는 일자리가 아닙니다. 일하는 시민들 스스로가 자기 일에 정체성과 긍지를 가지며 안정된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시대, 그 시대에 경험한 우리 여성들의 배신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성평등을 위한 어떠한 제도도 지도자가 만드는 사회적 공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 무엇보다 사회적 혐오와 차별, 폭력에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차별금지법 없는 세상은 막을 내려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라는 허울 뒤에 숨는 위선의 정치를 끝내겠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고 모든 차별을 걷어내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낡은 대결 정치를 넘어서는 협치, 대통령제 폐지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의당 대통령 이정미는 대통령제를 없애는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불평등, 기후 위기, 차별 해소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권력 의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제 국왕처럼 무기력한 임기 말을 보내는 대통령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거대한 촛불 광장 위에 세워진 이 정부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갈등할 때도, 재난지원금을 두고 부총리와 여당이 싸울 때도,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 앞에서도, 대통령은 침묵했습니다. 정치 갈등에 눈감고 책임을 회피하는 길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방법이 되어버렸습니다.

양당 중심의 ‘낡은 공화국’의 반복은 대통령 제도라는 사생결단식 낡은 권력체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고 토론하며 합의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연합정치는 지루한 단일화 싸움 끝에 이긴 쪽이 자리 몇 개 나눠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를 거부하고 협치를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다당제와 협치의 제도화, 저는 이것을 대통령제 폐지, 의원내각제로 실현하겠습니다. 87년에 멈춰버린 정치의 시계를 미래로 향하게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거친 미래만이 놓여있다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저와 정의당은 이 불의한 세상과 싸울 의지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시절, 조심스레 제 의원실 방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의 눈빛을 다시 떠올립니다. 정의당을 찾아올 때까지 그분들 앞에 열리지 않았던 수많은 권력의 문들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분 한 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절박한 삶이 해결될 때까지 함께 싸우고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저의 대선 도전은 그분들 곁으로 더 한발 다가서는 길입니다. 단 한 번도 포기해 본 적 없는 집권의 길, 정의당이 만든 정부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숨 쉬는 나라를 바로 오늘, 꿈꿉니다.

그 꿈을 향해 같이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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