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면 다른 나라에서 들여오는 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는 미국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탈(脫)중국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선적된 컨테이너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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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라우라 알파로 하버드대 교수와 다빈 초 다트머스대 교수는 지난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 비중이 5%포인트(p) 줄면 베트남산 제품 수입액이 9.8%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멕시코과 한국·대만·싱가포르산 제품 수입액 역시 3.2%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오른 가격 중 일부는 상품을 구매하는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책적인 공급망 재편이 미국의 물가·임금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중국산 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잉 의존에 따른 정치·경제적 위험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수입품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8%p 감소했다. 베트남(2.0%p)이나 인도(0.6%p) 등 미국과 정치적으로 우호적이면서 임금은 낮은 국가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멕시코산 제품 수입 비중도 니어쇼어링(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프렌드쇼어링(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 바람을 타고 0.5%p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 보듯 이 같은 공급망 재편엔 비용이 따른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경제적 분열은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개방된 무역이 퇴조하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캐럴라인 프로인트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 교수 역시 “과거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이유는 세계화를 통해 저가의 상품을 수입하며 생산성을 향상시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수입을 줄이더라도 실질적인 탈중국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베트남·멕시코 등을 중국의 대체재로 삼는다고 해도 이들 나라가 미국의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가 중국에서 수입한 중간재·자본재를 이용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알파로 교수 등은 “중국산 부품 등이 다른 나라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돼 미국 시장으로 수출된다면 중국은 미국 공급망의 상단에서 중요한 주체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