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이재민, ‘호텔 지원’ 비난에…“차라리 체육관 가겠다”

  • 등록 2020-10-12 오전 10:07:48

    수정 2020-10-12 오전 10:10:12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화재 피해를 본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들이 시에서 호텔 숙박을 제공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지난 11일 오전 울산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3층 테라스에서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관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피해 주민 A씨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저희는 호텔을 달라 요구한 건 전혀 없다”며 “울산시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코로나19 때문에 강당에 200~300명이 갈 수 없으니까 이렇게 제공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호텔이라고 하지만 모텔, 여인숙 같은 곳이다”라며 “방에 침대 2대 있고 샤워시설밖에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밥도 밖에 나가서 개인적으로 사 먹고 일부 영수증 처리하면 시에서 좀 보전해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A씨는 “저도 이런 걸 겪기 전엔 과한 지급아니냐 이야기했는데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다 보니 심정을 알게 되더라”며 “당장 며칠 생활이 아닌, 진짜 앞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다른 숙소가 마련되면 이동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A씨는 “갈 거다. 차라리 체육관에 갔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민들을 향한 일부 비난 댓글에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우리 가족은 3시간 만에 죽음을 사투하다 구출됐는데, 그런 댓글을 보니까 맘이 안 좋다”며 “아이들도 핸드폰으로 안 좋은 댓글을 보고 엄청 상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또 A씨는 주민들이 소방관에게 항의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불나고 바로 다음 날 아무것도 없고 이러니까 막막했다. 그러다 보니 격앙되게 나온 것”이라며 “소방관들한테 항의하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집이 활활 타니까 솔직히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마음이 좀 안정이 돼서 지금 주민들이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편지도 쓴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11시7분께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9일 한때 33층짜리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은 화재 발생 16시간 만인 9일 오후 2시50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불이 난 주상복합에는 138세대, 모두 401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 등 93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대피 도중 찰과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울산시는 재해구호법의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 따라 지난 9일부터 화재 피해 주민들을 위해 인근 비즈니스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호텔에 묵고 있는 주민은 175명에 이른다.

이에 일각에서 세금으로 호텔 숙식을 제공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었고, 울산시는 지난 11일 해명자료를 통해 “숙박비와 식비는 재해구호법의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르면 구호·생계지원을 위한 지급 기준은 숙박비 6만원(1박), 식비 8000원(1식)이다. 숙박비는 7일분을 지급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숙박료가 6만원 이상 측정된 곳은 차액만큼 본인부담이다.

울산시는 호텔숙박에 관해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차단과 화재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학교 체육관 등에서 집단 구호소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을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이 가능한 장소를 우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스타즈 호텔은 남구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곳”이라며 “이재민 발생 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확보해둔 임시 주거시설이다. 나머지 숙소는 스타즈호텔 만실로 추가 지정된 것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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