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하면 그저 전국에 망을 깔고 매달 요금을 받는 기업, 보수적인 기업 문화의 상징처럼 보는 시각이 여전하나, 과거에 안주해선 위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통신사들은 2009년 아이폰 국내 출시로 앱 생태계가 열렸을 때 △문자메시지 수익 감소를 걱정해 우왕좌왕하다 카카오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왕좌를 뺏긴 일이나 △통신 점유율 전쟁에 올인해 누구나 부러워하는 구독경제 모델을 갖고 있음에도 신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 등 뼈아픈 대목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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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직원들에게 서비스 검수받고 출퇴근도 자유롭게
SK텔레콤 임원들의 평균연령은 52.4세(지난해 9월 기준)로 30대 그룹 임원 평균연령(만 53세·지난해 12월 기준·잡코리아)과 비슷하다. 그런데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이 주도하는 서비스위원회에 ‘주니어 보드’를 신설해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 결정을 받기로 했다.
박 사장은 이외에도 △출근 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 확대와 △미래에는 이런 일이 필요한데 회사 조직도에 없다면 팀원이라도 조직을 건의해 만들 수 있는 ‘애자일(Agile) 그룹도 만들겠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이미 서울 종로와 서대문, 분당, 판교 등 4곳에 ‘거점 오피스’를 두고 있는데, 이곳에 가면 마케팅 부서든 개발 부서든 상관없이 공유 오피스처럼 쓸 수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은 출근 시간이 따로 없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유지하나 통신사들은 정시 출근이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틀에 박힌 근무환경으로는 글로벌 초일류 ICT 기업과 경쟁이 전면화되는 언택트 시대를 창의적으로 대비할 수 없다는 게 박 사장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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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전담 부서’ 신설하고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구현모 KT 사장(대표이사)은 BDO그룹으로 인사발령이 난 직원들에게 출근 첫 날 격려 메일을 보냈다. 구 사장은 “세상이 빠르게 바뀌며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사라져 변화는 더 빠르고 크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이 빠르고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BDO 그룹이 고객발 자기혁신의 최선봉에서 KT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으로 믿는다”고 격려했다.
구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본사 조직을 줄이고 금융, 미디어, 커머스 등 계열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조직을 유연하게 가져가면서 분야별로 분사시켜 힘을 싣는 것과 유사하다. KT는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올해부터 공채를 없애고 인터넷 기업들처럼 상시 채용으로 바꿨다.
SK텔레콤과 KT의 혁신 실험이 성공할까. 언택트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올해들어 각각 17%, 41% 급등한 가운데, 통신사들의 인터넷 기업 문화 배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