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정부의 기업자금대책..실효성 있을까

  • 등록 2000-12-08 오후 6:33:16

    수정 2000-12-08 오후 6:33:16

정부가 8일 발표한 기업자금 원활화 대책은 두가지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첫째는 신용도가 낮은 투기등급 업체도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 기업의 대출을 묶어 신용보증기금이 최대 50%까지 부분보증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기존에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235개 업체는 채권단이 살리기로 한 만큼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도처리되지 않도록 신용위험 평가 당시의 수준까지 신용공여가 이뤄지도록 창구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즉,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은행이 리스크부담을 우려, 대출을 기피하기 때문에 신용보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인 뒤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용위험 평가로 리스크가 노출된 기업은 은행들이 종전 여신수준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부도를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은 최근의 기업자금경색은 2단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과 실물경기의 둔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당초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점차 해소될 것이며 따라서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회생가능한 기업의 도산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은행의 여신지원 기피와,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235개 회생가능 기업의 부도예방을 이 두가지 카드를 사용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또 연내에 조성키로 한 10조 규모의 채권형 펀드 조성일정을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시장불안을 차단하고 연내에 2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발행을 독려, 회사채 신규발행도 원할하게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방안이 정부생각대로만 된다면 IMF이후 최악의 경기라는 이번 연말의 자금난을 기업들이 탈없이 넘길 수도 있다. 또 정부가 특별히 관리대상으로 삼은 일부 기업들이 부도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은행과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정도 내용의 자금안정대책이 쉽게 상황을 반전시킬지는 의문이다. 먼저 현재 불거지고 있는 자금난의 원인중 큰 부분은 연말로 가면서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늘어나는데 반해 직접시장이든 간접시장이든 기업들의 돈줄은 말라붙고 있다는 데 있다.10월과 11월을 비교하면 상황은 확연히 드러난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10월 1조3646억원 증가에서 11월 1391억원 감소로 반전됐다. 중소기업 대출도 1조4323억원 증가에서 11월 9640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감소했다. 직접시장은 상황이 더 나쁘다.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10월 9545억원 증가에서 11월 7526억원 감소로, CP순발행은 1조2475억원 증가에서 11월 8367억원 감소로 급변했다. 주식발행 규모도 10월 6231억원에서 1876억원으로 줄었다. 12월은 통상적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가장 많은데 비해 금융기관들은 연말 BIS비율 등을 이유로 자금줄을 가장 세게 조이는 시기다. 정부가 235개 기업에 대해 신용공여 수준을 유지하도록 창구지도하고 CLO 제도를 통해 일부 기업에 대한 자금유입의 물꼬를 튼다고 해도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맞게 될 상황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코앞에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의 경우 연말 자금회수도 불보듯 뻔하다. 235개 기업에 대해서는 창구지도 때문에 11월3일 당시의 신용공여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정부가 신경쓰지 않는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지는 의문이다. 수신금리를 내릴 정도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지만 2차 채권형펀드에 대해 2~3조원을 참여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곳이 은행들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이 이 정도라면 유동성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투신, 제 2금융권의 사정은 미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는 11월3일 잠재부실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와 조치로 시장의 불투명성이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시장불투명성은 계속돼 왔고 정부는 결국 강력한 창구지도를 통해서 부도를 억지로 막아줘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결국 정부는 이번에도 "일단 연말은 넘기고 보자"는 임시 처방을 내놓은데 불과하다. 프라이머리 CBO와 유사한 CLO라는 신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이미 기존에 나왔던 대책의 재탕이나 보완수준에 불과하고 아니면 창구지도라는 구태의연한 방식이 고작이다. 정부가 그나마 처방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같은 처방이 번번이 시기를 놓치고 언론이나 시장이 아우성을 치고 난뒤에야 나와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데도 문제는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은행 및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정작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자금난과 연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간과해왔다. 기업자금난 보다는 초대형 은행 출범이나 무르익지도 않은 우량은행 합병설 등으로 생색내는 일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연말은 코앞에 닥쳤다. 정부가 남은 20여일동안 금융-기업 구조조정 마무리와 연말 기업자금난 완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오늘도 완벽‘샷’
  • 따끔 ㅠㅠ
  • 누가 왕인가
  • 몸풀기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