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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지쳐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을 주도하면서 값이 싼 연립·다세대주택이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특히 아파트 평균 매맷값이 5억원에 달하는 서울에서는 저렴하게 연립·다세대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 회복세로 경매로 넘어오는 물건이 크게 줄면서 감정가를 뛰어넘는 고가 낙찰도 속출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 현재까지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67%로 전달보다 0.57%포인트 올랐다. 연중 최고치다. 올해 연간(1~5월) 낙찰가율도 79.72%로 2011년(80.69%) 이후 4년만에 80% 고지를 넘어설 기세다.
그러나 이 기간 경매 진행 건수는 총 1979건으로 전년 동기(2601건) 대비 24%가량 줄었다. 물건 확보가 어려워지자 감정가보다 비싸게 사야하는 신건(경매에 처음 나온 물건)의 낙찰 건수도 이달 14건으로 연초인 1월(5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환금성은 낮지만 가격이 싼 게 매력인 연립·다세대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까지 경매에 뛰어들고 있다”며 “임대 목적으로 매입을 원할 경우 입찰가를 보수적으로 써내야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역세권은 ‘반지하’도 줄줄이 낙찰
지난 19일 입찰 신청을 받은 마포구 합정동 전용 38.13㎡짜리 지하 1층 다세대주택(유찰 1회)의 15명이 입찰에 나섰다. 이 물건은 최저입찰가가 1억 6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서울지하철 2·6호선 합정역과 6호선 상수역이 모두 걸어서 7~8분 거리다. 이 때문에 반지하인데도 낙찰자는 감정가(2억원)에 근접한 1억 9310만원을 써냈다. 또 두 차례 유찰 후 18일 경매된 성동구 옥수동 지하 1층 다세대주택(전용 59.04㎡) 역시 5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2억 1000만원) 대비 83%선인 1억 7447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3호선·경의중앙선 옥수역과 3호선 금호역 등이 도보 5분 거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에선 뉴타운 해제 지역을 중심으로 연립·다세대주택 신축이 활발해지면서 반지하 등 생활 여건이 나쁜 기존 주택은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임대 목적으로 투자를 원할 경우 역세권에다 입주 3년 차 이하 신축 주택을 노려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