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등 6개 기관은 이른바 ‘한국판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로 거듭나도록 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철저한 실용화·상품화가 목적인 독일의 응용 과학기술 연구기관이다.
아울러 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갖는 ‘탑-다운’(하향식) R&D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총괄조정 기능을 강화한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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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준 국가 R&D 투자규모는 총 16조9139억원으로 세계 6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4.15%로 세계 1위이다. 올해도 19조원 가까이 투입했다.
그러나 국가 R&D의 핵심 수행주체인 출연연 보유 특허의 70%는 이른바 현장에서 외면받는 ‘장롱특허’이다. 공공 R&D의 26%가 민간 기업에 기술이전되지만 그 중 23.6%만 실제 상용화된다.
정부는 고비용·저효율 R&D 의 주요 원인을 민간과의 불필요한 경쟁으로 보고, 대기업이 잘 하는 분야는 손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출연연들은 △기초·원천연구 및 거대공공연구 △기후변화·싱크홀 등 사회문제 해결 과제에 집중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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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들 6개 기관은 지난해 기준 14.27%(평균치)인 전체 예산에서 민간수탁(기업과제) 비율을 2018년 21%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정부과제 대신 시장에 나가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해결과제를 많이 얻어오라는 것이다. 민간수탁 실적만큼 정부 출연금(예산지원)이 매칭된다.
이번 혁신안에는 그러나 출연연의 기업지원 기능을 뒷받침하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전혀 없다. 수십년간 정부에 의존한 연구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체질전환에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안은 큰 틀에선 잘 준비가 됐지만 실행과정에서 현장적용에 문제가 없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민간수탁을 확대하는 만큼 출연연간 과당경쟁의 원인인 정부과제수주(PBS) 비중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기존 PBS는 출연연별 고유임무사업(정책지정사업)으로 전환해나간다.
과학기술전략본부, 강력한 콘트롤타워 될까?
최종배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이 조직에서)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만들겠다”며 “이 틀 안에 없으면 (R&D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략본부의 법적권한과 예산, 인력 등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주도의 R&D 체계 강화가 혁신을 강조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R&D 혁신을 위한 출연연 구조조정(통폐합)은 이번에도 없다. 다만 16개 부처 18개의 R&D 전문관리기관은 단계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먼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통합하고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일부 기능을 흡수해 싱크탱크인 ‘과학기술정책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번 혁신안을 연말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전략본부 신설과 전문관리기관 통합은 모두 법 개정 사안이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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