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임명 강제 헌법소원 잇따라…"권한쟁의도 가능"

김정환 변호사 "권한대행의 헌법상 의무" 주장
조국 전 대표, 임명 부작위 위헌 소원 제기
"헌법소원은 신속 장점, 권한쟁의는 과반수 판단"
헌재 사무처장 "권한대행 임명 가능" 발언 주목
  • 등록 2024-12-31 오전 10:14:42

    수정 2024-12-31 오전 10:14:4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 임명을 법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헌법소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이종석 소장과 김기영·이영진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정원 9명 중 6명만이 재직하는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형식(왼쪽)·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정환 변호사는 최근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불행사 부작위 위헌확인’(임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9인의 재판관에 대해 국회의 선출, 대법원장의 지명, 대통령의 임명을 구별하고 있다”며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헌법상 ‘의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수의 헌법학자들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3인 전원, 대법관 후보자까지도 권한대행의 임명이 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피청구인들이 독자적 해석론을 펼치며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재판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수감중인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2건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빌미로 자신을 체포·구금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위헌 확인과 함께 최상목 권한대행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헌법재판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위헌확인 소원이다. 조 전 대표 측은 “최 권한대행의 부작위(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헌재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 사건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중 소송의 법적 논리를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법적 시도들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헌법소원의 경우 “신청인의 재판청구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전략”이라며 “변론 절차 없이 서면심리만으로도 가능해 헌재가 의지만 있으면 짧은 시간 내에 인용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6인 재판관 전원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전제 조건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또 다른 법적 해결책으로 권한쟁의 심판(국가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을 가리는 재판)을 제시했다. 이는 국회의장이 대통령권한대행을 상대로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절차다. “헌재법상 참여 재판관의 과반수로 인용 결정할 수 있어 현재 상황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권한쟁의 심판의 한계도 지적했다. “심리정족수(사건 심리에 필요한 최소 재판관 수) 7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한은 이 절차에서도 지켜져야 하므로 현재 6인 체제에서 심리 및 결정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재에 별도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6인 체제 하에서 심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필요적 변론주의(반드시 양측의 대면 심리를 거쳐야 하는 원칙)가 적용돼 상대방의 불출석 등 지연 전략에 따라 심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헌재 사무처장이 최근 국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이는 헌재 내부에서 이미 논의가 정리된 것으로 추측된다”며 “헌재가 재판관 임명이 급하다고 판단한다면 헌법소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는 것은 신청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한덕수 전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를 이유로 임명을 거부한 끝에 야당에 의해 탄핵소추됐다. 최상목 현 권한대행은 아직 재판관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수경기활성화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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