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히기 위해 만들어진다. 문제는 책이 본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때 생긴다. 미처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 말이다. `아까운 책 되찾기` 정도로 압축되는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쉽게 말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들지 못한 베스트 책에 대한 변명 혹은 구제조치다. 지난 10년 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가는 책들을 서가에서 다시 끄집어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노태복 번역가, 반이정 미술평론가,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장석주 문학평론가 등 글쟁이로 소문난 사회 각 분야 46명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덕분에 문학·인문·사회·경제경영·과학·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묻혀 있던 48권이 다시 빛을 봤다.
강수돌 교수는 크리시스가 쓴 `노동을 거부하라!`를 뽑았다. 비정규직의 병폐는 물론 실직·실업의 문제들 때문에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에 가하는 일침이다. 흔히 외치는 인간해방이나 노동해방이 그저 급진적 구호가 아니라 생존에 절실하게 필요한 실천적 과제라고 역설한 내용을 높이 샀다.
다문화 시대상을 반영하는 책에 대한 중요성도 떠올랐다. 에드워드 홀의 `침묵의 언어`(2000)다. 이기중 전남대 인류학과 교수가 골라낸 이 책의 강점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가진 의미성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는 거다. 문화마다 시·공간의 취급이 달라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데 정작 필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48권을 건져냈지만 출판문화에 대한 자조는 그대로 남았다. 딱 잘라 말해 지난 한 해 발간된 4만여 종 가운데 학습지·교과서 빼고, 대략 2만 종의 단행본 중 표지라도 열어본 것이 몇 권이나 되느냐는 거다. 베스트셀러에 들지 못하면 반자동적으로 폐품 취급받는 사회풍조에 대한 탄식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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