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1심 선고 3가지 키워드…30년 구형·이재용·TV 생중계

의혹 제기 19개월·탄핵 이후 13개월만에 결론
사상 첫 판결 생중계·'보이콧'朴 불출석 전망
檢, 징역30년 구형…"헌정질서 유린·혼란초래"
공범들 재판서 혐의 18개 중 15개 공모 인정
  • 등록 2018-04-05 오전 10:00:00

    수정 2018-04-05 오후 1:57:27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31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검찰 차량을 타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62)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게 후원과 뇌물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6일 선고된다. 기소 후 약 1년 만이다. 대통령직을 이용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최씨의 1심형인 징역 20년보다 더 높은 형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19개월, 탄핵 이후 13개월 만이다. 이날 재판은 예고한 대로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돼 일반 시민들도 직접 선고공판을 TV 등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27일 결심공판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해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음에도 반성과 사과 의지가 없다”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최씨에 대한 구형보다 5년이 더 높았다. 박 전 대통령을 사실상 국정농단의 최정점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 재직중 범행·18개 혐의 적용…“죄책 더 크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비선 실세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대통령 직무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헌법가치 훼손 △정경유착 △민간기업 사유화 △문화예술계 양극화 △무책임한 자세 등을 구형의 이유로 들며 엄중한 사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현재까지도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 차례도 보인 적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직무정지 중이었던 지난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10월 첫 법정 진술에서도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최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어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 “법치의 이름으로 한 정치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검찰 조사와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지난해 5월23일 첫 공판에서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40년 지기인 두 사람은 이후 5개월 동안 함께 재판을 받았지만 서로 눈인사조차 주고받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신태현 기자)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최씨보다 높은 형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선출된 국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직무를 배신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최씨보다 죄책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치 재판’이라며 재판에 참석도 안하고 혐의도 더 많다”며 “최씨보다 중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퇴진 강요미수 혐의만 판단 안돼

실제 그동안 진행된 국정농단 재판 결과에서 박 전 대통령은 주요 혐의의 공모자로 적시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관련해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 압력 혐의를 제외한 17개 혐의에 대해 다른 공범 재판에서 판단이 내려진 상태다.

이중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혐의는 13개이다.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은 만큼 최씨 1심 판결문은 미리 보는 박 전 대통령 판결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씨 1심 판결은 최씨 혐의 중 11개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모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지만 △정유라 승마 지원 삼성 뇌물 수수 △면세점 관련 롯데 뇌물 수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후원 압박 등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법원이 보는 사건의 성격이 ‘정경유착’이 아닌 ‘기업 돈 갈취’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선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앞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1심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며 사건의 성격을 ‘정경유착’으로 봤던 것과 달리 이 부회장 2심과 최씨 1심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기업들에게 돈을 갈취한 사건’으로 결론 냈다. 이에 따라 유죄로 인정된 삼성·SK·롯데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요구형(강요형) 뇌물”이라고 결론짓고 박 전 대통령의 죄책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른 국정농단 재판 사정도 마찬가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김기춘(78) 전 대통령비서실장 항소심 재판부도 “충분히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범죄의 최정점에 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1심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 강요에 대한 공모만 인정한 것에 비해 2심이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강요’까지 모두 공모를 인정한 것이다.

이밖에도 주요 인사 자료 등 청와대 비밀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 1·2심 판결에서도 박 전 대통령 공모가 인정됐다. 정 전 비서관 1심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선 ‘재판 보이콧’ 차원에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전부 유죄가 내려지지 않는 한 항소할 것이 확실시돼 실제 박 전 대통령 측이 항소포기를 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최씨 2심은 4일 첫 재판을 열고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했다. 최씨 측은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또다시 국정농단 의혹의 결정적 증거가 된 태블릿PC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손석희 JTBC 사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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