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진단)⑦"예전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학계 전문가 진단.."9월 위기,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위기는 이미 도래..97년과 다른 모습일 뿐"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문제..경제수장 교체로 시장에 메시지 던져야
  • 등록 2008-09-04 오후 12:18:39

    수정 2008-09-04 오후 2:46:58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9월 위기설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위기설은 투자자의 과민반응에서 나온 허상일 뿐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정부가 시장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가 깊숙이 찾아왔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또 위기설 자체가 투자 심리를 둔화시켜 실제 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경제분야의 전문가들은 9월 위기설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 위기설이 위기를 만든다?

전문가들은 위기설의 실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외국인의 자금이탈이라는 경로를 통해서는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위기설의 현실화는 외국인이 한꺼번에 한국에서 돈을 회수하는 `군집행동`이 일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전제하고 "현재 상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외국인의 자금 회수는 일어날 수 있지만, 일시에 한국에서 돈을 회수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위기설은 단지 설일 뿐일지라도, 실제 대외투자자의 시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제는 심리에 기반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나빠진다는 인식이 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규택 한국채권연구원장(중앙대 교수)은 "9월 위기설은 '시장에서 위기가 있을 것'이란 착시효과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문화가 정착이 안 된 한국의 투자 상황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금융시장 불안은 작년 8월 서브프라임 이후 지속됐다"면서 "오히려 외국인투자의 이탈은 작년 연말이 더 심했고 지금은 오히려 그 때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위기설의 출발점은 9월에 외국인 채권만기가 많다는 것인데 한국 외환보유고의 규모 측면에서 비춰볼 때 9월 외국인 채권 만기액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또한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고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 "이미 위기..97년 IMF와는 다른 위기일 뿐"

위기가 '설(說)'의 수준을 넘어 이미 한국 경제에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번 9월 위기는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2400억 달러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물가가 치솟고, 환율이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가 남았으니 `위기가 아니다`라고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당시와 10년이 지난 지금, 위기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97년, 지불불능 상태와 같은 극한 상황 만을 찍어서 위기라고 말한다면 위기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정기간 동안 일정 퍼센트 이상으로 변동이 있을 때를 학계에선 위기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한 달동안 환율이 10%이상 폭등하는 것을 위기라고 한다면 이미 우리에겐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암으로 치면 3기에서 4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외환보유고 세계 5,6위라는 자화자찬에 빠져 외환관리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보유고가 9월 위기설을 부인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 교수는 "대외채무를 계산할 때 외국인들의 보유주식은 카운트가 안되는데, 외국인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나가려면 달러로 바꿔서 나간다"면서 "이를 환산하면 순부채는 3000억 달러정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정책 실패가 시장 불신 초래 

현재를 위기라고 진단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에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전성인 교수는 2일 `환율급등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재정부 당국자의 구두개입 자체가 더 이상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 상황을 예로 지목했다.  
 
전 교수는 "위기설이 팽배한 상황에서 환율개입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줬다면 외환보유고의 많은 부분을 투입해서라도 환율이 통제되는 상황을 보여줬어야 한다"면서 "그래야 그나마 정부가 위기관리능력이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데 그 기회마저 놓쳤다"고 비판했다.

박현수 연구원 또한 "기본적으로 정부의 신뢰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시장 안정의 의지가 있어도 시장을 설득하기 역부족"이라면서 "이는 정부의 정책방향, 특히 환율정책 등에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초래된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경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성인 교수는 강 장관 카드를 정부의 신뢰 회복 카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부는 신뢰성 회복의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야 한다. 먼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질하고, 시장을 잘 이해하고 새로운 금융을 이해하는 사람을 다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현 교수는 "강만수 장관 경질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면서 "현 상황에선 어떤 장관이 와도, 지금 상황에서 획기적으로 나아질 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장에서 장수를 갈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발상은 경제적 사안을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신뢰 잃은 정부, 역할도 제한적..장기적 신뢰회복 필요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각각 달랐지만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는 어떤 정부 정책도 시장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에는 모두 동의했다. 
 
윤창현 교수는 "위기설이 더 증폭되기 전에 경제수석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국민에게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당국자의 근거가 국민에게 보다 큰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팀장 역시 "정부의 정책수단이나 대응은 굉장히 여지가 좁다. 외환보유고를 다량으로 시장에 푸는 상황 자체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실제 외환보유고를 자주 푼다면 이것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율에 대해서도 정부가 상시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보다 시장에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된 시점을 잡아, 적시에 개입하면 시장에 정부 정책이 유효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현수 연구원은 "중단기적인 해법을 나눠 접근해야 하며 단기적으론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며 시장을 존중한다는 모토로 당선된 정부인 만큼 환율, 금리 등을 시장에 맡기면서 시장의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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