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1일.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 일찌감치 서울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최모(67)씨는 가벼운 등산복 차림이었다. 최씨처럼 투표 후 등산·산책에 나서거나 출근 전 투표하려는 이들이 하나둘 투표소로 모여들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저물고 엔데믹 국면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는 불과 87일 전 치러진 대선 때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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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에 달했던 지난 3월 제20대 대선과 비교하면 투표는 수월하게 진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방역지침이 대거 해제된 영향이 컸다. 유권자간 2m 간격 유지는 적용되지 않았고, 대선 때 의무였던 비닐장갑 착용 등은 ‘자율’로 바뀌었다.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1)씨는 “휴일은 장사가 훨씬 잘돼 출근 전에 투표하려고 일찍 왔다”며 “어젯밤 급하게 후보들을 찾아봤는데도 막상 투표하려고 하니 투표용지 7장이 너무 많고, 모르는 사람들도 너무 많더라”고 했다.
투표소엔 100세가 넘은 어르신, 이제 막 투표권을 얻은 ‘새내기 유권자’ 등 다양한 이들이 모여들었다. 1904년생으로 충북 옥천의 최고령 어르신인 119세 이용금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딸과 함께 청산면 팔음산마을회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아버지와 함께 서울 마포구 망원1동주민센터 투표소에 온 김모(18·여)씨는 “박빙이었던 지난 대선 결과에 놀랐다. 내 한 표가 소중하고 힘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며 “아버지랑 후보와 공약을 같이 따져봤고 소신껏 투표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저조한 투표율이 투표소를 ‘썰렁’하게 만든 진짜 이유였다. 이날 오후4시 기준 전체투표율은 45.4%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53.2%)보다 같은 시간 기준 7.8%포인트 낮게 집계됐다. 같은 시간대 투표율이 71.1%였던 지난 3월 대선과 비교하면 25.7%포인트나 낮았다. 통상 대선보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긴 하지만 차이가 상당했다.
투표소 풍경과 달리 서울 한강공원 등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볕 좋은 유월의 첫날이자 임시공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이들로, 대부분은 “(사전)투표했다”고 했지만, 투표 않고 나왔단 이들도 더러 있었다. 망원 한강공원에서 만난 박모(53)씨는 “정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우리 부부는 이번에 투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