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투자금, 해운업으로 몰린다..세계경제 회복 조짐

사모펀드들, 잇단 해운업 투자..저금리 속 수익 확보
"해운업 회복 신뢰 증명..설비 과잉 염려 안해도 돼"
  • 등록 2013-10-28 오전 11:43:03

    수정 2013-10-28 오후 9:47:16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의 최대 피해자였던 해운업이 다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이하 오크트리) 등 세계 유력 사모펀드(PEF)들이 해운업 회복에 베팅을 늘렸기 때문이다.

해운업이 경기 추세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해운업계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인 셈이다.

2011년 기록 깰까..PEF 투자 급증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운업 전문 컨설팅업체 마린 머니(Marine Money)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PEF의 해운업 투자가 올들어 기록적인 수준인 27억달러(약 2조8670억원)로 늘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PEF들은 지난 2011년 해운업에 34억달러를 투자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해는 거의 절반 수준인 19억달러 투자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해운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1년만에 커지며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에 유입된 PEF 주도 투자자금은 모두 110억달러가 넘었다.

FT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PEF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선박업체 지분을 취득하거나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해운시장에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크트리는 지난해 해상 건설지원 선박을 소유·운영하는 플로텔의 상당 지분을 인수했으며 유조선 운영업체 제네럴마리타임에 투자했다. 칼라일과 KKR은 선박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PEF들은 저평가된 해운업 자산을 사들여 향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고 해운업체들은 경기침체 당시 끊어진 자금줄을 다시 이어붙이게 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도가 만들어졌다.

“해운업 바닥 쳤다”..설비 과잉 문제 관심

짐 로런스 마린머니 사장은 “PEF들의 이같은 투자는 해운업이 회복되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신호탄 ”이라며 “(부진했던) 해운업이 마침내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해운업 전문 부티크은행 마리타임앤드머천트 설립을 추진해온 할보르 스빈은 “칼라일, KKR, 오크트리 등 3개 PEF 선수들이 해운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빈은 다만 최근 신규 선박 건조 주문 증가로 해운업의 구조적 설비과잉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선박 주문 규모는 아직 해운업 호황기였던 지난 2000년대 중후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만큼 설비 과잉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설명했다.

유명 해운업체 실적 ‘훨훨’..한국 해운사는 ‘끙끙’

이에 따라 세계 유명 해운업체들의 실적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 덴마크 머스크(Maersk)는 지난해 5억2500만달러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을 7%까지 끌어올렸다. 세계 3위 컨테이너선 선사 CMA-CGM은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6.5%를 달성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4.7%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는 유동성 마련이 쉽지않아 재무구조가 큰 폭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일 “정부와 금융기관 등이 기간산업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을 내놓거나 방향을 제시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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