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가장 귀중한 자산은 불행한 어린 시절이다`고 부르짖은 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다. 그가 살면서 결심했던 일이 한 가지 있다. “나는 누구보다 남자다운 남자가 될 것이다. 세계의 마초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헤밍웨이가 18개월 즈음 찍은 사진에선 사랑스러운 미소를 띤 여자아이가 서 있다. 이후로도 몇 년간 헤밍웨이는 독재자 같은 어머니에 의해 더 여자답게 길러졌다. 아마추어 복서에 종군기자, 맹수사냥꾼을 전전하며 어릴 때 어머니가 입혀준 여자아이 옷에 대해 복수를 꿈꾸던 그는 남자답게 사냥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마 진 모턴슨이란 여자가 있다. 1900년대 초중반, 유명해지겠다는 각오로 집을 나왔다. 그는 그저 풍만한 가슴에 다리가 좀 짧은 그냥 예쁜 처녀였다. 그러던 그가 자신의 몸에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 고치기로 한다.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뾰족한 턱에 연골을 넣어 부드러운 턱선으로 만든다. 타고난 가슴을 공격적으로 과시하면서 `섹스 심벌`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불안정하고 천진하고 연민을 부르는 표정, 마릴린 먼로(1926∼1962)다.
먼로에 앞서 그레타 가르보는 “얼굴 이외에는 별로 가진 것도 없이” 클로즈업 기술을 비롯해서 무한한 확산·반복 기술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수혜자였을 뿐이며, 계급에 상관없이 평등한 세상을 주창했던 카를 마르크스는 지인들의 돈을 제 돈인 양 꺼내 쓴 몰염치의 극치였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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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볼프 슈나이더는 독일의 대표적 문화사가다. 전작 `위대한 패배자`에선 체 게바라를 비롯해 렌츠와 고흐 등 살면서 인정받지 못한 25명의 뼈아픈 패배의 역사를 거슬렀다.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있으면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슈나이더가 강조하는 인물론이다.
유명해지는 것은 `로또`에 당첨되는 운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제발 간파하라는 기조를 깊이 깔았다. 영웅과 천재라면 밑도 끝도 없이 싸고도는 추세를 꼬집는 독설로 700쪽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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