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실업률이 오르면 재건축 아파트를 사라?

  • 등록 2008-09-02 오후 1:53:45

    수정 2008-09-02 오후 1:56:57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은 특정한 현상이 몰고 오는 파급효과와 인과관계를 놓치지 않는 게 투자의 요령이라는 걸 알려주는 사례다. 브라질에 비가 오면 커피가 풍년이 되니 스타벅스의 원가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비슷한 투자요령이 생길 듯 하다. 이른바 '실업률이 올라가면 재건축 아파트를 사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던진 깜짝 발언이 그 이유이자 힌트다. 대통령은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대통령 발언의 방점은 '일자리 늘리기'였지만 시장의 시선은 당연히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에 꽂혔다. 대통령이 "통상적인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언급한 부분도 부동산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라는 극약처방을 불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건설경기 활성화가 중요한데 신도시만 발표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고도 했다. 자꾸 외곽만 때려 변죽을 울리지 말고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카드`를 꺼내라는 뉘앙스다. 사실상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의 총대를 대통령이 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의 발언이다.

사실 서울 강남지역과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는 정책 당국자들이 수시로 만지작거리는 테마다. 부동산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건설경기에 불을 당기는 데 가장 폭발력 강한 카드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살리는 데는 특효약이라는 게 중론이다.

경기만 놓고 보면 당연히 꺼낼만한 카드지만 정치적으로는 뜨거운 감자다. '겨우 잡아놓은 강남 집값을 자극한다'는 반대여론을 제압할 명분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며칠 전 청와대 경제라인 핵심 관계자의 언급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원칙적으로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게 맞는 말씀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도시 재개발 재건축의 조건을 대폭 완화하겠다거나 규제들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다시 열 몇 평짜리 아파트가 10억 호가할 일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그런 대책들은 이번 8.21 대책에서 일단 미룬 것이다.

좀 더 시장이 확실하게 안정이 되고 공급에 대한 수요자들의 확신이 설 때 까지는 그것(재건축 재개발)은 안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그쪽에 중점을 두지 않은 것이지 재개발 재건축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

일단 8.21 부동산 대책에서는 제외됐지만 언제라도 분위기만 조성되면 재건축 완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인데, 추락하는 고용지표와 이를 지켜보는 대통령의 다급함이 '방울을 다는 시기'를 급히 앞당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를 언급한 것도 이것저것 재지말고 일자리 대책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통상적인 일자리 창출대책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없다"면서 "비상시기인 만큼 그에 걸맞는 실질적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 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개월전부터 청와대 경제라인의 관심은 일자리 창출이었다"면서 "앞으로도 일자리 창출보다 앞서는 다른 어젠다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풀고는 싶은데 집값 들쑤셔놨다는 비판의 뒷감당이 두려워 관료들이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카드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은 수면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혹시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대통령이 하라고 한 것"이라는 핑계까지 생긴 셈이니 이제는 타이밍의 문제만 남았다고 할 만도 하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혹시 서울의 집값을 자극할 발언으로 해석될까봐 청와대 참모들은 또 호들갑을 떨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8.21 부동산 대책 당시 발표된 재건축 절차 개선 등 기존 정책을 서둘러 집행하라는 의미"라고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애써 축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경기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지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신도시 발표만으로는 안되고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대통령 발언은 '정치적 판단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더 급선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정책을 만드는 장관들을 불러놓고 한 발언이라는 점도 그렇고, 부동산 발언을 할때마다 늘 곁들이던 '다만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상투적인 견제구도 이번에는 과감하게 생략한 걸 봐도 그렇다. 무엇보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는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브라질의 일기예보에도 귀를 기울이는 곳이 시장이다. 이제 매월 발표되는 고용지표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재건축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들에게도 꼭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가 됐다.

취업 못한 아들 딸 때문에 걱정이 많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 보유자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게 유일하게 남은 딜레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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