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방해 '레드카드' 주자 담임 교체 요구한 학부모…대법 "교권침해"

수업방해에 칠판 ‘레드카드’ 명단 올린 교사
학부모, 등교 거부 및 담임교체 지속 요구
2심 “레드카드 벌점제, 부당한 교육방법”
원심 뒤집은 대법 “담임교체 요구, 교권침해”
  • 등록 2023-09-14 오전 10:46:18

    수정 2023-09-14 오전 10:55:48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서이초 초등 교사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교권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사가 수업을 방해한 학생을 ‘레드카드’ 명단에 올리고 청소 등을 시킨 행위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교사의 교육방식에 대한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 행위가 명백한 교권침해라는 의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0902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많은 교사들이 참가하고 있다. (사진=0902 50만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 미디어팀 제공)
대법원 “반복적 담임교체 요구, 교권침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C씨가 교육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처분 취소 결정을 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레드카드’ 명단에 올린 행위를 정당한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학부모가 반복적으로 담임교체를 요구한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A씨는 수업시간에 학생 B군이 수업 시간에 물병으로 장난을 치는 등 수업을 방해하자 학생의 이름을 칠판에 있는 ‘레드카드’에 붙이고 방과 후 빗자루로 10여분간 청소를 시키는 생활지도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부모는 A씨와 학교 교장에게 지속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하고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심지어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등교와 등교 거부를 반복하며 담임교체를 요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A씨는 우울증에 걸려 병가를 내는 등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7월 학교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를 제출했고 학교는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행위를 교권침해로 판단,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는 취지의 조치결과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에 C씨는 관계기관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심지어 해당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B군의 부모가 제기한 교권보호위 조치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학부모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교권침해행위”라며 “담임교사에게 아이를 못 맡기겠다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등교거부를 하거나 담임교사에게 업무를 쉬라고 직접 권하거나 교장에게 해당 교사에 대한 수업장학을 무기한으로 하라고 요구하는 방법은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고 교원의 교육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되 교사의 49재일인 4일 교사의 교실에 화환과 추모의 메시지가 붙어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같은 판단은 2심에서 뒤집어졌다. 학생의 이름을 공개된 칠판 ‘레드카드’에 붙이는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여러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른바 ‘레드카드 벌점제’를 아동학대로 판단,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뿐만 아니라 전라북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등에서도 레드카드 벌점제가 ‘부당한 교육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담임교사의 교육방법이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학부모의 문제제기를 ‘부당한 간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교사의 교육활동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부모의 교육에 대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의 담임교체 요구 역시 비상식적 상황에서 보충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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