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상대 공정위 기업조사 '칼날' 예리해진다

최장 12년 특정분야 조사 맡도록 인사규정 개정안 시행
4급 이하 144명 전보로 첫 적용..1~2년 순환보직 폐지
세월호 담화, 대형사건 패소로 전문성 강화 필요성 대두
"치밀한 증거수집, 메스식 조사, 사건 패소율 감소 기대"
  • 등록 2016-03-20 오후 3:33:35

    수정 2016-03-20 오후 3:33:3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2년 단위의 순환근무를 사실상 폐지하고 특정분야 조사를 최장 12년간 맡을 수 있도록 대규모 인사개편을 단행한다. 조사 전문가를 키워 예리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기업의 로펌 상대 패소율을 낮추는 취지다.

공정위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인사관리규정(훈령 223호)을 처음으로 적용해 4급(이하 무보직 서기관)부터 9급까지 직원 144명에 대한 정기전보 인사를 발령한다. 이는 전체 정원 535명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로 작년보다 41명이나 전보 인원이 늘어났다. 기업 상대로 직접 조사를 벌이는 조사관 등 직원 10명 중 3명이 바뀌는 셈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전문분야 설정에 따른 보직관리’ 조항 등을 신설한 인사관리규정 개정안을 제정하면서 이번 인사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4급 이하 직원들은 본부 내 국·실 6개(심판관리관실, 경쟁정책국, 소비자정책국, 시장감시국, 카르텔조사국, 기업거래정책국) 중에서 2개를 ‘전공 분야’로 선택해 근무해야 한다. 전보는 원칙적으로 동일 실·국에서 최소 4년 이상 근무한 직원 등에 한정하도록 했다.

일례로 기업 인수합병(M&A), 지배구조 등을 다루는 경쟁정책국을 ‘1전공’으로 선택한 직원의 경우 소속과 6곳을 2년씩 최장 12년간 근무하도록 해 ‘경쟁정책 전문가’로 키운다. 이어 2년간 지원부서(대변인실 등 사무처·기획조정실)를 거친 뒤 ‘2전공’ 국·실에서 장기근무를 하게 된다. 5급 8년차부터는 ‘전략 자원’으로 분류돼 관리직 코스를 밟게 된다. 현재 하위직부터 1~2년씩 여러 개 국·실을 자주 이동해 근무하던 순환보직이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 전문성 강화 등을 촉구한 대통령 담화, 인사혁신처 정책을 반영해 이 같은 조치를 준비해왔다. 특히 지난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잇따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고 라면가격 담합 혐의 등 대규모 과징금 사건이 무죄 확정판결이 나면서 ‘조사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더욱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난해 네 차례 내부 선호조사를 통해 ‘직원 1인당 2전공’ 체제를 확정·시행하게 됐다. 사건·민원 처리가 많은 소비자정책국의 경우 2년 이상 근무 시 근무평가에서 가점을 받도록 한 인센티브를 신설해 ‘인사 불만’을 해소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전문성 강화 조치로 사건 패소율이 낮아지고 마구잡이식 조사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하 운영지원과장은 “앞으로는 마구잡이식, 투망식 조사를 없애고 의사가 메스로 수술하듯이 핀 포인트(pin-point) 방식의 조사를 할 것”이라며 “고도로 전문화된 요원들이 치밀하게 확실한 증거수집을 하게 돼 패소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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