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뮤지컬 `셜록 홈즈`(사진=HJ Cul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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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자네는 밥을 3주마다 먹나.”
해결할 사건이 없어서 3주째 몸을 비틀며 왓슨을 타박하던 셜록 홈즈에게 드디어 의뢰가 떨어진다. `루시를 찾아 달라.` 그런데 의뢰인이 한 사람만이 아니다. 명문 앤더슨가의 애덤과 에릭 형제, 그들의 숙부인 포비까지 은밀히 차례로 홈즈를 찾아온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1887년 영국서 첫 출판된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한 편이 무대언어로 살아났다. 여전히 죽지 않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명탐정 홈즈의 사건 해결 과정을 다룬 미스터리 추리극 뮤지컬 `셜록 홈즈`다. 국내서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이다.
1890년대 말 어느 해 12월24일 밤. 영국 런던 앤더슨가 대저택에 어둠을 가르는 총소리가 두 번 울린다.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 것은 루시 존슨. 앤더슨가 2인자인 쌍둥이 애덤과 에릭 형제에게서 동시에 사랑을 받던 여인이다.
유명 원작을 끌어온 작품들의 고민은 대개 하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최대한 식상하지 않게 안고 가느냐는 것. 탄탄한 `홈즈 원작`을 내세운 이 작품에서 자칫 방심할 수 있는 구도를 다잡은 건 캐릭터 변화다. 이 과정에서 이성적이고 진중한 홈즈는 코믹한 데다 촐싹대기까지 한 외피를 입었고, 그를 충실히 보조해온 왓슨은 셈에 밝은 데다 액션까지 겸비한 여성으로 변신했다.
| ▲ 뮤지컬 `셜록 홈즈`(사진=HJ Cul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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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15분짜리 오프닝 곡에 맞춰 굵직한 사건을 던져놓고 빠른 속도로 해결, 객석의 몰입력을 한껏 끌어올린 그 방법도 주효했다. 끝까지 새처럼 가벼울 것 같던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 공개해야 할 진실 앞에 고민하는 인간미를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진실을 밝혀 지켜낸 정의가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노래하는 그의 표정에선 고뇌가 흐른다.
19세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의상과 더불어 홈즈의 집 겸 사무실, 앤더슨가의 침실 등으로 순간이동하는 무대장치들은 간결하면서도 집약적이다. 중극장에도 채 못 미치는 무대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를 꾸려냈다. 연출·작사는 노우성이 맡았고, 유머와 고뇌를 오가는 홈즈 역엔 김원준·송용진이, 속 깊은 왓슨 역엔 방진의·구민진이 나섰다. 내달 25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문화공간 필링에서 볼 수 있다. `이다`가 간판을 바꿔 걸었다. 02-588-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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