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정차 중 택시기사 폭행한 40대 특가법 적용…벌금 300만원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여부 항소심..원심판결 유지
"운행 의사 및 공중의 교통안전·질서 판단 기준"
  • 등록 2021-02-15 오전 9:28:47

    수정 2021-02-15 오전 9:28:47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시 정차한 택시에서 탑승객이 운전기사를 폭행했을 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는지는 택시기사의 운행 의사와 공중의 교통안전·질서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역 인근에서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 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는 지난 5일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48)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의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작년 4월 10일 오후 10시 33분께 택시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기사 B(57)씨가 막다른 골목으로 잘못 들어가자,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고 택시기사 B씨의 팔을 잡아당기며 폭행하고 욕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소 전 A씨는 택시기사 B씨와 합의했지만, 특가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와 달리 특가법은 피해자와 합의와 상관 없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가법 제5조 10항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택시기사가 승객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때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공중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상태에서 폭행은 특가법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냈다.

당시 정차했던 골목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 있어 택시가 비켜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인근에 5명가량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사건 발생 당시 택시 운행을 종료한 상태였으므로 특가법 위반이 아니라며 항소했다. 폭행이 있던 시점에 요금 결제가 완료돼 택시 운행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A씨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B씨가 택시를 더 운행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경로당 앞으로서 불특정 많은 사람이 통행하는 곳이며, 만일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충분한 장소였다”며 대법원 판례가 정한 ‘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해당 장소에 동네 주민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택시기사 B씨의 진술에 주목했다.

또 A씨의 ‘운행 종료’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의 진술을 근거로 “A씨의 정차 요구에 따라 택시를 잠시 세운 것이므로 운행을 종료할 의사로 택시를 정차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재판부는 “A씨가 택시기사 B씨의 팔을 잡아당길 때 동승자가 택시 뒷좌석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있어 택시 운행이 종료됐다는 주장은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 B씨가 계속 운행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요금 결제 완료 등 승객과 맺은 개별적 운송 계약의 종료 여부와는 관계 없다”며 “택시기사 B씨가 A씨를 하차시킨 후에도 또 다른 승객을 상대로 택시 영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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