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세기)"소리없이 강하다"..부가가치세②

"낮은 세율로, 간편하게, 많은 세수를 확보한다"
치열한 찬반 논쟁 거쳐 6년만에 도입 시행
  • 등록 2005-07-21 오후 12:40:40

    수정 2005-07-21 오후 12:40:40

[edaily 이종석기자] 71년 재무부의 `장기세제방향` 발표 이후 부가가치세 도입을 둘러싸고 찬성론과 반대론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 끊이지 않는 찬반논쟁 찬성론자들은 세정 간소화, 수출 및 투자 촉진, 근거과세 구현, 안정적인 세수 확보 등을 부가세 도입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반대론자들은 크게 3가지 쟁점을 제기했다. 당시의 조세제도와 국민 의식수준 등에 비추어 부가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부가세제 도입시 물가 영향이 크다는 점, 그리고 간접세가 가지고 있는 역진성 등이 반대의 주요 논거였다. 영수증 주고받기가 정착되지 않았고, 업체들의 기장능력이 불충분한데다, 유통구조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우리보다 선진국인 일본이 50년대에 부가세법을 제정했다가 결국 실시하지 못하고 폐기했던 전례를 들어 도입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영수증 챙기는 것을 째째한 행위로 치부하던 당시 관행에 비추어 부가세를 도입하더라도 근거과세 확립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부가세가 단일세율 체제인 만큼 세제의 역진성을 심화시키는 제도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모두 똑같은 액수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만큼 직접세에 비해 역진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같은 반대론에 맞서 정부는 식료품 연료 대중교통 등 필수품에 대해서는 면세 조치하고, 사치품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며 도입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막판에 다시 불거진 시행연기론 76년 1월 김용환 장관의 발표 이후 부가가치세 도입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76년말 국세청은 부가세 도입 6개월을 앞두고 납세자와 세무공무원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 나섰다. 83만명에 달하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부가세 납세신고 예행연습을 3차례나 실시했다. 영수증 주고받기 생활화와 금전등록기 설치를 권장하는 캠페인도 전개됐다. 그러나 부가세 시행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정책 당국인 경제기획원 내부에서 부가세 도입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온 것이다. 현 상태에서 부가세 도입을 강행할 경우 연말 물가 10% 억제목표선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하반기 경제운용 전반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경제기획원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가가치세법 부칙 1조를 원용해 시행일시를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 내부에서 부가세 연기 주장이 터져 나오자 그렇지 않아도 상공업자들로부터 압력을 받아왔던 국회의원들이 “옳거니” 하고 연기론에 동조하고 나섰다. 전경련 상의 등 경제단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시기상조론을 제기하며 부가세 도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연기론의 배경에는 제반 여건상 부가세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당장 물가앙등이 우려되는 만큼 시행일자를 충분히 늦춰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었다. 지난 6년간의 준비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시기상조론`과 `물가앙등론`이 시행 막바지 단계에서 또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었다. 시행일을 한달여 앞두고 터져 나온 반대론을 놓고 정부 당국자들 간에 또다시 의견이 엇갈렸고, 국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무정부상태가 이어졌다. ◇ 청와대 당정협의에서 최종 가닥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77년 6월13일 청와대에서 긴급 당정협의를 소집, 부가세제 도입에 대한 정당과 각 부처의 의견을 개진하도록 했다.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참석자 모두에게 소신을 개진하도록 하나하나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논의 결과 연기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고, 대세는 연기 쪽으로 기우는 듯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반전시킨 사람이 김정렴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막판 발언에 나선 김 실장은 부가세 도입의 취지와 과정, 의미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연기 불가”를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대한 김 실장의 회고. “그날 얘기한 골자는 대략 이렇습니다.(중략) 부가가치세는 국민에게 새로운 세부담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비자가 부담한 간접세를 사업자가 가로챈 것과 의당 납부해야 할 사업자의 소득세나 법인세 탈세분이 국고에 수납되는 것일 뿐이다. 부가세는 71년 도입 방침을 제시한 이래 6년간 국내외 전문가의 연구 검토끝에 성안 입법되었으며, 6개월간에 걸쳐 전사업자에 대한 예행연습이 이루어지는 등 충분한 준비를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갈 찰나에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당초 방침대로 시행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세율에 있어서는 13%를 기본세율로 하여 상하 3%의 탄력세율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물가불안요인이 없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해 처음부터 10% 고정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 김 실장의 의견개진이 끝나자 박 대통령이 최종 결론을 내렸다. 부가세를 당초 계획대로 77년 7월1일부터 시행하되 적용세율은 10%로 낮춘다는 것이었다. 부가세 도입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단안이었다. 다음날인 6월14일 남덕우 부총리는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부가가치세 실시에 따른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으로 ▲금리인하 ▲물가대책 등 7개 항목의 세부 보완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6년여에 걸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가가치세 도입이 최종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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