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美에 105억佛 투자…모빌리티 퍼스트무버 '통 큰 베팅'

22일 바이든 美 대통령과 환담 자리서 추가 50억佛 투자 선언
로보틱스·자율주행 SW·UAM 등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
美 공장 설립 후 도약한 현대차그룹…美 입지 넓어지나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 향후에도 '광폭 행보' 예고
  • 등록 2022-05-22 오후 5:24:08

    수정 2022-05-22 오후 9:40:45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 분야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에 전용 전기차 생산 공장 신설을 포함해 총 105억 달러(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을 나눈 후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총 105억佛 투자 단행한 정의선…신사업 투자 의중 강하게 반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방한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0억달러(6조3650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며 “로봇공학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에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에 55억 달러 투자 계획을 알렸다. 이날 추가 투자 선언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만 105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해준 데 대해 감사하며 미국은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또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막대한 투자 결정에는 정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로보틱스 사업을 위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합병(M&A)을 비롯해 UAM, 자율주행, 수소경제 등 4대 신사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번 투자도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추가 투자액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면담 전 외신들이 예측한 투자 규모는 70억달러 수준이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정 회장의 결단에 화답했다. 당초 두 사람의 만남은 10여분 정도로 예정돼 있었으나, 환담과 언론 대상 스피치, 추가 환담까지 총 50분가량 이어졌다. 특히 환담 과정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투자 배경과 미국에서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 분야의 내용 및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오전 11시 20분께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등장한 뒤 3분간 이어진 연설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1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해 온 자랑스러운 기업 시민”이라며 “조지아주에 세워지는 전기차 공장은 미국 고객들을 위한 고품질의 전기차를 만드는 등 미국에서 우리가 (전기차 분야의) 산업 리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환담을 가졌다. 사진은 이후 정의선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외 언론 스피치를 마친 후 행사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설립 후 도약…정의선 ‘광폭 행보’ 이어지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규모 투자가 미국 시장에서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로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에 발 맞출 수 있게 됐다. 바이 아메리카 정책이란 자국산 물품 인정기준 및 우대조건 강화를 통해 미국산 비율을 확대하는 걸 골자로 한다.

무엇보다 미국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 건설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한 단계 도약했다. 공장 가동 전 2004년 미국 내 판매량은 두 회사를 합쳐 약 7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공장 가동 이후 점차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149만대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번 투자로 전기차 전용 공장이 건설되면서 정 회장의 ‘전동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을 향한 ‘광폭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뒷받침할 전기차 보급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서다. 또한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2025년 7월 발효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탄소 감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은 또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전체 판매 차량의 40~50% 비중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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