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씨티그룹)③영원한 1등은 없다

  • 등록 2006-08-04 오후 3:31:26

    수정 2006-08-04 오후 4:39:32

[이데일리 강남규기자] “인수합병(M&A)으로 덩치가 커지는 게 성장이 아니라, 합병 이후 유기체 결합을 통해 커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성장이다.” 
                                                           -컨설팅업체 AT 커니가 펴낸 ‘스트레치’에서

HSBC와 씨티그룹의 자산순위 역전은, 2004년 UBS가 1위였다가 1년도 흐르지 않아 지존의 자리에서 밀려난 사실에 비춰볼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금융산업 흐름을 보면, 순위 역전이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씨티가 한 순간 방심할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언제든 다시 비상할 수 있다. 

HSBC는 씨티와 일본 미쓰비시 금융그룹, 체이스 맨해튼 등이 1998년 이후 M&A를 통해 몸집을 키울 때 뒤처진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날 1위를 차지한 HSBC가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경마에서 2위 그룹에 뒤처져 있던 검은 말이 어느 순간 질주하고 1위로 나선 모습과 비슷하다.

 
◇ HSBC, 10위권 밖에서 치고 나온 동력은 

19세기 말 영국과 중국의 교역을 뒷받침하기 위해 영국인들이 홍콩에 설립한 HSBC는 2000년까지만 해도 세계 10위권 언저리를 겨우 맴돌던 금융회사였다. 씨티 등이 인터넷과 신경제 열풍을 이용해 쾌속 질주하고 있을 때 굼뜬 행보를 보였다.

그래서 HSBC는 ‘굼벵이’ 또는 ‘시골신사’ 등으로 불리며 금융업계에서 조롱받기도 했다. 하지만 씨티그룹 등이 신경제 열풍 시기에 횡행한 내부자 거래와 이해상충 등 다양한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을 때 HSBC는 쾌속질주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HSBC가 2002년부터 다른 은행을 제치고 질주한 것은 ‘합병’이 아닌 ‘통합’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교육투자를 통해 임직원들의 질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합병한 금융회사의 임직원들 사이의 화학결합을 유도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일부는 HSBC가 사람 단속을 잘해 엔론사태 이후 불거진 다양한 금융 스캔들과 거리가 멀었던 것도 쾌속질주에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물론 모든 조직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HSBC라는 유기체에서는 적어도 현재까지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세계 1위를 꿰어찬 원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 극단적으로 유동적인 글로벌 금융지형

그렇다고 HSBC가 1위를 확실하게 장악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2등 금융회사로 뒤처진 씨티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다행히도 세계 금융지형은 너무나 유동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영원한 1등도, 영원한 2등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순간에 순위가 뒤바뀌는 금융산업 춘추전국 시대라는 것이다.

컨설팅업체인 AT 커니의 수석 분석가 그램 K 딘스와 프리츠 크뢰거는 현재 글로벌 금융산업이 아직 집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현재 HSBC나 씨티그룹이 중소 금융회사로 보일 만큼 초거대 금융회사가 M&A를 통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초거대 금융회사의 주역은 현재까지 진행된 M&A에서 성공해 하나의 유기체로 변한 금융회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들은 이런 금융회사를 가치성장 기업이라고 분류했다. 현재 씨티그룹은 가치성장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단순 이익만을 좇는 단계(Profit Seeker)라고 진단했다.

달리 말해, M&A는 했으나 하나의 유기체가 되지 못하고, 경영자들이 1~2년 정도의 단기에 실적을 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는 단계라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이 조직 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장기전을 벌일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 `제2의 제임스 퍼킨스가 필요하다`

씨티가 2등 금융회사로 밀려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1930년대 금융 스캔들이 불거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내셔널 씨티(씨티의 전신)를 구해낸 제임스 퍼킨스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퍼킨스는 각종 금융 스캔들을 일으킨 챨스 E. 미첼을 1933년 총수 자리에서 축출하고 씨티가 ‘깨끗하고 건전한 금융회사’로 거듭나도록 한 주역이다. 그는 스캔들의 주역들을 과감하게 숙청했다.

퍼킨스의 7년 동안의 개혁에 힘입어 씨티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상징하는 금융회사로 거듭났다. 현재 씨티그룹의 총수 찰스 프린스(사진)가 제 2의 퍼킨스 역할을 할 지, 아니면 제3의 인물이 나타나 씨티를 초거대 금융그룹으로 변신시킬지 관심이다.

씨티가 퍼킨스와 같은 리더 지휘 아래 변신에 성공할 경우 다시 한 번 비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한 마디로 씨티는 위험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황금같은 기회를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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