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서 6개월 사이 교사 2명 잇따라 극단적 선택

5학년 담임 2명, 6개월 새 극단 선택
두 명 모두 초임 교사
학교는 '단순 추락사' 처리...하지만
  • 등록 2023-08-08 오전 10:40:44

    수정 2023-08-08 오전 10:40:4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 전 5학년 담임 교사 2명이 6개월 사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교는 단순 추락사로 처리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서 2021년 6월과 12월에 각각 생을 마감한 故 김은지, 故 이영승 교사 (사진=MBC 캡처)
지난 7일 MBC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서 2021년 6월과 12월에 각각 생을 마감한 故 김은지, 故 이영승 교사 사연을 보도했다.

두 사람은 2016년 교대 졸업 후 스물셋, 스물다섯의 나이로 해당 학교에 발령받았다. 이후 4~5년 차가 된 2021년에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다.

故 김은지, 故 이영승 교사는 각각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사진=MBC 캡처)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는 만류했고,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 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했고), 굉장히 전화 받는 걸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냈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진=MBC 캡처)
같은 해 12월 숨진 이 교사는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안전 사고를 겪었다. 한 아이가 페트병을 자르다가 손을 다쳤고, 해당 학부모가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는 둥 쏘아붙여 시달렸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이 교사는 다음 해 군 입대를 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가 계속됐다. 이에 학교 측이 군대에도 전화해,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게 하든지 치료비 등을 주든지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고 한다.

5학년 4반 담임을 맡은 2021년에는 학급 내 한 학생이 장기 결석해 그의 학부모와 400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나눈 정황도 나타났다.

학급 내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 부모에게서 받은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OOO의 교우 관계와 학교생활에 대한 염려가 크다. 상담 부탁드린다‘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자율로 하면 OOO처럼 친구가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하냐‘는 등 내용이었다.

해당 학부모는 “학생에게 공개 사과를 시키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이 교사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사는 결국 같은 해 12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이들은 평범한데 제가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힘들었어요. 죄송해요”라고 적은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진=MBC 캡처)
이렇게 초임 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한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도 경기도교육청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MBC가 전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에 대해 ’단순 추락 사고‘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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