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화' 물꼬 튼 대북특사… 북미협상 교착도 뚫나

3월 특사단, 남북정상회담·북미 비핵화 협의 이끌어
6개월만 특사단 재방북, 김정은 만나 비핵화 설득할듯
핵신고-종전선언 중재안 도출시 폼페이오 방북 가능성도
  • 등록 2018-09-02 오후 4:35:09

    수정 2018-09-02 오후 5:27:37

지난 3월 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수석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오는 5일 평양을 방문하는 특사단은 1차 특사단과 동일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미 협상의 교착과 함께 남북 관계 진전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자 정부가 다시 대북 특사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간 첫 정상회담과 비핵화 의지를 이끌어낸 지난 3월 대북 특사단 파견 이후 꼭 6개월 만이다. 대북 특사단이 미국의 선비핵화 조치와 북한의 선종전선언 요구 사이의 중재안을 설득해 북미-남북 관계개선의 연쇄 고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청와대는 5일 평양을 방문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의 명단을 발표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특사단은 지난 3월 특사단과 동일하다. 앞서 지난 3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북측 특사단에 대한 답방 형태로 북한을 찾은 특사단은 비핵화 협상 국면을 조성하는 6개의 합의 사안을 들고 귀환했다. 당시 북한은 비핵화 문제 협의를 위한 미국과 대화 의지를 밝히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은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이 없을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선 특사단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만들었다면, 이번 특사단은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서 북한과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 사이에 중재안을 이끌어 내야하는 임무를 띠는 셈이다.

특히 북한이 우리측의 대북 특사단 제안에 응한 시점이 주목된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으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채택의 순서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이른 뒤에도 일주일이 넘게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던 상황에서 지난 31일 우리측의 특사단 파견 제안에는 채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응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비밀 서한’이란 카드로 미국에 종전선언을 재차 촉구했지만,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뒤 한미 연합훈련까지 언급하는 등 잇따른 대북압박 조치로 선비핵화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자 대응방안을 고심하던 북한이 우리 정부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 재개 방안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사단은 앞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났던 만큼, 이번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 종전선언과 핵시설 신고서를 맞교환하는 수준의 중재안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터넷 매체 Vox(복스)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종전선언 서명에 약속했지만, 그 이후 종전선언 전 핵폐기 요구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한 바 있다. 아울러 미국 내 비핵화 협상 전문가들 역시 종전선언 채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VOA(미국의소리)를 통해 “종전선언은 관계정상화 등 더욱 복잡한 절차가 뒤따르는 평화협정과는 다르다”며 “미국과 한국은 아무때든 어떤 것도 잃지 않으면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미국에 대한 협상 재개 시그널을 보낼 경우 남북 정상회담 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라도 가서 (대화의) 선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특사 파견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직접 이야기를 하려 하기 때문에 중재자로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기는 힘들겠지만, 북미간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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