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 결과, 8월 전망치 원지수는 82.7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09년 3월(76.1)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7월 실적치(82.1) 역시 ’09년 2월(62.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 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에 따른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출과 함께 경기를 뒷받침해야 할 내수 부문 역시 부채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망치가 크게 낮아진 것은 유럽의 위기가 독일 등 핵심국으로 확산될 우려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이 기업들의 경기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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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유럽 재정위기는 최근 들어 더욱 강도를 더하고 있다. 스페인은 은행 부실채권 문제에 이어 지방정부의 채무불이행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전면적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스페인과 함께 지방정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13일 무디스 국가신용등급이 2단계 강등됐다.
중국의 경우 2분기 경제성장률(7.6%)이 ’09년 2분기(7.9%) 이후 3년만에 7%대를 기록해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을 상징해 온 바오바(保八, 8%이상의 경제성장률)의 붕괴가 현실화됐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 경제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 ‘노동자들의 취업을 보장하기가 더욱 힘들어졌으며 고용안정을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에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 역시 고용, 소비 등 경제지표의 악화로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은 4개월(3~6월) 연속 정부의 예상을 하회하고 있으며,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대비 -0.5%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ISM지수 역시 지난달 49.7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위축세(기준선 50 이하)로 전환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1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유럽과 중국에서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출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제여건 악화의 원인을 진단했다.
3대 경제권인 유럽, 중국, 미국의 동반 침체로 한국의 올 상반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내수전망도 우울..취업자수 역시 감소세
내수 전망 또한 밝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8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은 17일 1050조 원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4월 3일(1178조)에 비해 128조 원이나 떨어졌다.
이러한 자산가치 하락은 이자부담 증대, 소비심리 하락을 거쳐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가구당 이자비용 지출은 가계대출 증가에 기인하여 18.3% 증가했으며, 소비자심리지수(CSI)는 2개월(6, 7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8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40만명 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하던 취업자 수 역시 지난달 36.5만명을 기록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101.1)을 제외한 내수(88.1), 수출(93.5), 투자(97.0), 자금사정(91.4), 재고(107.0), 채산성(87.2)이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3.3), 중화학공업(79.1) 등 제조업(80.1)과 서비스업(86.1) 모두 부진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기업경기실사지수 7월 실적치는 82.1로 전망치와 함께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부문별로는 내수(93.0), 수출(93.2), 투자(97.7), 자금사정(93.0), 재고(107.7), 채산성(87.7)이 부진하였으며, 고용(102.5)은 호전되었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1.9), 중화학공업(78.7) 등 제조업(79.4)과 서비스업(85.7) 모두 저조한 실적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