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대출 의존도가 가장 컸던 그리스 중앙은행만이 "국내 은행들이 ECB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고민의 가지는 각국 유럽은행들로 뻗어나갔다.
ECB는 그동안 유럽 은행들에 저금리의 대출을 무제한으로 해주면서 사실상 자금줄 역할을 했다. 물론 신용도가 좋은 은행들은 민간 자금시장에서 조달이 어렵지 않지만 ECB의 지원이 끊기면 상황이 녹록치 않아질 은행들도 적지 않아 ECB 지원 이후의 대안 마련에 부심하기 시작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유럽 은행들은 세 부류로 나눠지며, 정부지원이 필요 없는 건전한 은행과 일부 도움이 필요한 약체 은행,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의존이 필요한 가장 취약한 은행들로 분류했다.
또 건전한 은행들의 경우 매우 저렴한 금리로 인해 민간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지만 가장 쇠약한 은행들의 경우 선택안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조달이 힘들 경우 주식발행을 통한 증자도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후로 고려될 수 있는 대안은 커버드 본드. 커버드본드는 은행 재무제표에서 자산으로 인식돼 보증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달이 수월하고, 이같은 이유로 올해 들어 관련 시장이 붐을 이뤘다.
이밖에도 내년에는 모기지담보증권(MBS)가 되살아나면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려운 상태.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은행간 합종연횡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개리 젠킨스 에볼루션 채권담당 헤드는 "내년 유럽은행 업계에서는 통합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스스로 두 발로 일어설 수 없다면 설사 약체 은행끼리 합쳐 하나의 큰 약체은행이 탄생하더라도 더 큰 은행들과의 제휴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FT는 "결국 정부와 중앙은행 지원에 의해 부양된 시장은 부양조치가 철회되면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하락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ECB와 다른 중앙은행들이 시장의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철회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