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의 10%에서 2050년에는 22%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현상은 록 음악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라우드파크’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공연은 더 이상 젊은이들의 축제가 아니다. 연주하는 뮤지션도, 열광하는 관객들도 청년보다는 중년에 가깝다. 심지어 노년층도 종종 눈에 띈다.
이번 공연 무대에 선 최고령 뮤지션은 ‘쇼크록의 대부’ 앨리스 쿠퍼였다. 음악 경력만 50년이 넘는 베테랑인 그는 올해 72세다. 재결성 후 첫 아시아 공연을 펼친 L.A.건스의 보컬리스트 필립 루이스는 60세다. 첫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스래쉬메탈 밴드 슬레이어의 톰 아라야는 56세, 마지막 날 공연에서 라우드파크의 대미를 장식한 기타리스트 마이클 쉥커는 62세다.
|
이같은 고령화는 1980년대 헤비메탈 밴드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라우드파크 페스티벌의 특성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또한 고령화가 유독 빠르게 진행되는 일본만의 특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록 페스티벌의 고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영국에서 열리는 9개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의 평균연령은 1996년 31세에서 2015년에는 43세로 높아졌다. 아티스트의 나이가 올라갈수록 관객의 나이도 따라 올라간다. 세월이 흘러도 꼬박꼬박 공연장을 찾는 올드 팬들 때문이다.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관객의 고령화로 인해 당장 손해볼 일은 없다. 오히려 이익이다. 30대 이상 관객은 10~20대에 비해 티켓 가격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공연장에서 소비하는 술과 음식도 상대적으로 많다. 지난 2014년 9월 영국에서 열린 온블랙히스 페스티벌에선 텐트를 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캐러반이나 럭셔리 요트를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은 대부분 30대 이상이었다.
음악 애널리스트 마크 멀리건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구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옛 음악 팬들을 위한 매우 활기찬 라이브 시장이 있지만, 이를 지탱할만한 밴드들을 음악 업계가 만들어내고 있는지가 진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조비와 같은 슈퍼스타급 밴드의 뒤를 이을 ‘젊은’ 록 밴드는 콜드플레이 정도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래의 록 페스티벌에서는 시 낭송이나 마술 쇼를 곁들여야 관객이 모일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마저 나온다. 록의 시대가 ‘진짜로’ 저물어 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