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태진 ‘절교’(2023), 양각 나무패널에 아크릴·잉크, 170×110㎝(사진=이길이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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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 자동연상으로 흥얼거리던 ‘로봇 태권브이’는 적어도 이 화면엔 없다. “정의로 뭉친 주먹,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와는 거리가 한참은 멀다. 헐렁한 두 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동네를 어슬렁대는 소심하고 좀스러운 동네 청년만 있다.
꼬마들이 타고 놀던 목마에 올라타길 즐기는 그이가 이번에는 명화 속 인물 코스프레로 여럿을 웃긴다. 에르바르트 뭉크의 ‘절규’(1893)를 패러디한 ‘절교’(2023)로 말이다.
작가 성태진(51)의 세상풍경은 ‘인간 태권브이’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동네청년의 스토리인 양 모두의 관심에서 밀려난 청년백수, 돈과 힘을 잃은 서민 등 현대인의 무기력과 비애에 대한 얘기를 풀어왔다. 소재만큼이나 방식도 특이하다. 나무판에 양각으로 도상을 새기고 겹겹이 색을 칠해 완성하는데, 그림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나무판 문구가 백미다. 인간 태권브이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고뇌를 절절하게 묻혀낸 노래가사가 대부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아직도 세상을 모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은 있지만 나만의 세상 속에서 꿈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이길이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내 모든 날과 그때’에서 볼 수 있다. 회화·설치작품 50여점을 내놨다.
| 성태진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2022), 양각 나무패널에 아크릴·잉크, 100×100㎝(사진= 이길이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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