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저예산 연구개발(R&D) 투자와 성공

  • 등록 2012-01-30 오전 11:39:44

    수정 2012-01-30 오전 11:39:44

[이데일리 이정필 칼럼니스트] 글로벌 시대 테크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기업 경영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기본이다.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1인자 인텔이 한때 경쟁사 AMD에 밀린적이 있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먼저 개발한 AMD가 기술력을 앞세워 인텔을 추월할 수 있는 호기를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총매출의 50% 이상을 R&D에 퍼부은 인텔은 불과 6개월만에 AMD의 장렬한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래서 불황속에서도 ‘기술력’만이 생존의 해법이란 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기업의 R&D 투자 비용을 여기서 논하기엔 창피할 수준이지만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전문가 블로그 Seeking Alpha의 새로운 자료를 보면 꼭 R&D 비용이 많아야만 성공한다는 이론이 맞는 것만은 아닌거 같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마이크로소프트다. 지난 5년 동안 420억달러(연매출 34%)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이지만 스마트폰 OS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세계 PC 시장의 90%를 장악한 힘으로 경영상의 문제는 없지만 스마트폰 OS의 부재에 따라 미래 비전이 없다는 치명적인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스티브 발머 대표를 해임하고 은퇴한 빌 게이츠를 다시 불러들여야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12년에야 윈도즈 8 모바일 운영 체제가 나온다고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양분할 체제로 정착한 모바일 업계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회사의 암운이 깃든 캐나다의 RIM(블랙베리 제조사)과 핀란드의 노키아 역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연구개발비를 탕진했다. RIM의 경우 아이폰의 출현을 보면서 지난 4년 동안 연구개발비를 500%나 증액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또 아이폰이 소개될 때만해도 스마트폰 최대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2년 동안 40억달러를 심비안 개발에 퍼부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노키아는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OS를 채택하는 방향을 선회했으니 40억달러를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RIM과 노키아로 인해 발생한 유행어 “한방에 훅갔다”는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닌거 같다.

Cisco는 네트워크 장비 최대 기업이다. 역시 지난 5년 동안 연매출의 80%(250억달러)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그럼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전혀 보이지 않고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계 최대 PC업체 HP와 서버 장비사 오라클도 연매출의 33%, 48%를 각각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했지만 하드웨어 업계 불황을 타계할 신상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HP의 신임 대표 메그 화이트먼의 취임 일성이 “더 많은 연구개발 투자”였다. 하지만 중국 하청 기업의 최대 OEM 회사인 HP에서 무얼 어떻게 새롭게 개발할 것인가는 화이트먼이 풀어야할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반면 지난 10년간 가장 창조적인 제품으로 회사 가치를 정상에 올려놓은 애플의 경우 반대의 연구개발 투자 패턴을 보여줬다. 애플이 10년 동안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100억달러. 연 평균 10억달러다. 연매출 대비한 연구개발비는 아이팟을 출시했던 2002년 18%로 가장 높았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2011년 9%만 연구개발비로 소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개발비의 5분의1 수준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지난 4년 동안 아이폰, 아이패드를 신제품으로 출시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는 선도 기업으로 우뚝섰다. 실제 아이폰 개발이 한창이던 2006년 애플의 연구개발비는 불과 5억달러였다.

애플의 창조력이 신개발 상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변형, 재창조했다는 사실을 볼때 저예산 연구개발비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을 맞이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곱씹어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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