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화장품 중견기업 한국콜마가 이탈리아 화장품기업 인터코스의 한국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또 이겼다. 전직 직원이 인터코스로 이직하면서 선케어(자외선차단제) 핵심기술을 유출했고, 인터코스가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한국콜마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한국콜마가 인터코스코리아와 전 연구원들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민사소송 1심에서 한국콜마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전직 직원들과 인터코스코리아에게 유출한 한국콜마의 영업비밀을 폐기하고, 공동으로 2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간다. 한국콜마 입사 9년차였던 A씨는 그해 1월 미국 이주를 이유로 퇴사했다. 그러나 A씨는 퇴사 후 일주일 뒤 인터코스 한국법인으로 이직했다. A씨는 한국콜마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에 있던 자외선 차단제 기술 주요 업무파일 수백개를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는 방법으로 무단 반출했다. 2007~2012년 한국콜마에서 근무했던 B씨 역시 2018년 인터코스코리아에 입사한 다음 부정한 방법으로 핵심기술 유출을 시도했다.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인 인터코스코리아는 선케어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다가 A씨가 입사한 2018년 이후 돌연 선케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터코스코리아의 2018년 선케어 제품 관련 매출액만 약 46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콜마 측은 “인터코스코리아가 2018년 한 해에만 선케어 관련 44건의 식약처 심사를 완료한 것도 이례적으로, 탈취한 영업비밀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해왔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앞서 형사소송 2심에서도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10개월 실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터코스코리아엔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국내 건실한 기업의 사업 근본을 해하려는 외국계 기업의 부도덕한 기술유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30여년간 수천억원을 투자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케어 기술을 한순간에 훔쳐 간 행위에 대해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전경(사진=한국콜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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