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유리 물방울의 '가시'…유충목 '형성-교차로 3-3'

2021년 작
까끌한 질감 낸 한국 전통색 캔버스에
'가장 진짜 같다'는 유리 물방울을 붙여
화려·영롱함 뒤 차갑고 날카로운 '양면'
  • 등록 2022-02-27 오후 2:10:10

    수정 2024-06-10 오후 6:16:11

유충목 ‘형성-교차로 3-3’(사진=갤러리초이)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면에 올린 영롱한 물방울만 보면 자동연상되는 이가 있다. 김창열(1929∼2021) 화백. 또르르 흘러내려 산화하기 직전 세상 끝에 매달린, 그 찰나를 잡아낸 듯한 물방울. 그이가 환생이라도 한 건가.

그런데 좀더 다가가 보면 다른 게 보인다. 그린 게 아닌 붙인 물방울 ‘형성-교차로 3-3’(Formation-Intersection 3-3·2021)다. 작가 유충목(45)의 물방울은 유리다. 작가는 유리를 소재로 작업한다. 까끌한 질감을 내는 캔버스를 만들어두고 가장 진짜 같다는 유리 물방울을 얹어내 왔다. 작가의 작업을 두곤 “고온에서의 유리는 생명력을 가진 듯 요동치고, 실온에서는 길들여진 듯 서서히 식어가며 영롱함을 자아낸다”고들 했다.

하지만 역시 ‘가시’가 없다면 심심할 터. “화려함과 영롱함 뒤 차갑고 망설임 없는 날카로움이 도사리는데, 유리가 가진 그 양면성은 인간의 양명성과 매우 흡사하다”는 평까지 내놨다. 유리를 붙들고 있는 바탕도 지나칠 수 없다. 모티프로 삼은 한국의 전통색이 유리가 뻗쳐내는 빛을 모으고 다독이는 격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28일까지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289번길 아트스페이스KC서 전지연과 여는 2인전 ‘규칙과 자유’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유리·금박. 91×117㎝. 작가 소장. 갤러리초이 제공.

유충목 ‘형성-변경 4-7’(Formation-Alteration 4-7·2021), 캔버스에 아크릴·유리·금박, 97×130.3㎝(사진=갤러리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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