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홍대 아닌데 뭘"…대체 유흥지로 몰리는 청춘들

16일 저녁 썰렁한 이태원, 붐비는 건대…'풍선효과'
단속 공무원 "젊은이들은 누르면 튄다"
확진자 다녀간 노래방도 만석
  • 등록 2020-05-17 오후 5:05:21

    수정 2020-05-17 오후 5:08:2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신천지에 이어 이태원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되자 젊은이들이 이태원을 대체할 만한 다른 유흥지를 찾아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핵심 연결고리인 노래방을 찾는 이들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헌팅포차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방문자 명단을 작성하는 사람들 (사진=김보겸 기자)


“오픈 5시간 만에 첫 손님”…가라앉은 이태원

지난 16일 오후 10시 이태원 일대. 평소 북적이던 주말과 달리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 클럽 등은 물론 일반음식점 형태로 영업하는 헌팅포차 등 업소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태원의 한 주점 직원은 “이태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난주 말부터 손님이 5분의 1로 줄었다”며 “오늘은 6시에 문을 열었는데 5시간 만에 첫 손님을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주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이 직원은 “나 같아도 이태원은 감염될까 불안해서 오기 꺼려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교적 날씨가 따뜻해진 5월, 평소라면 탁 트인 옥상의 루프탑 술집은 대목을 맞은 시기지만 손님이 뜸하자 서둘려 영업을 접고 귀가하기도 했다. 실제 보통 새벽 3시까지 영업하는 한 가게는 오후 11시쯤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이태원 일대 단속을 나온 서울시청 관계자는 “금요일(15일) 밤부터 오늘(16일)까지 유동인구가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태원은 이미 확진자가 나왔다고 대대적으로 알려져서인지, 이쪽으로는 사람들이 안 오는 것 같다”면서도 “오히려 젊은 친구들은 누르면 튀기 때문에 (술을 마시러) 다른 지역으로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인적 없는 이태원 거리. 클럽뿐만 아니라 일반음식점 대부분이 줄어든 유동인구에 영업하지 않는 모습(사진=김보겸 기자)


확진자 다녀간 노래방도 북적이는 건대

실제로 서울 광진구 건국대 밤거리는 여느 주말과 마찬가지로 놀러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다만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예 문을 못 열게 하겠다는 서울시의 지침에 줄 서기를 금지하는 곳도 등장했다. 이날 문을 연 건대의 한 헌팅포차는 입장하는 사람들의 체온을 잰 뒤 명단을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문객이 적은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였다.

방역지침에 따르면 일행이 아닌 사람들과는 1m 이상 거리를 둬야 하지만 헌팅포차의 특성 상 지침이 지켜지기 어려운 모습도 보였다. 노래공연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한 한 헌팅포차에서 나오던 20대 여성들은 “같이 간 일행뿐만 아니라 노래를 부르며 처음 본 옆 테이블 사람들과도 놀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n차 감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노래방도 붐볐다. 이날 건대의 한 노래주점은 지난 2일 이태원 킹클럽 방문한 26세 남성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아 빈 방이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이 노래방 직원은 “주말 밤은 항상 꽉 차고 저번 주도 마찬가지”라며 “사람들이 많이 와서 대기자 명단도 작성하지 않고 와서 기다려야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방을 찾았다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발걸음을 돌린 20대 남성들은 “이태원이랑 홍대에서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곳은 건대”라며 “클럽만 안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건대 노래주점 앞 대기하는 사람들. 이태원 클럽 확진자가 이 노래주점을 다녀갔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다. (사진=김보겸 기자)


방역당국 “밀접 접촉 일어나는 공간 주의 필요”

하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의 `n차 감염`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유흥 대체지역을 찾는 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에 가지 않았는데도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발생하는 2차·3차 감염, 이후 노래방 등 밀폐된 장소를 매개로 하는 4차 전파까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로 인한 4차 전파 사례는 두 건이다. 모두 이태원 클럽 확진자(1차) → 클럽 확진자의 접촉자(2차)→이 접촉자가 다녀간 노래방(3차)→노래방 감염자의 접촉자(4차) 경로로 감염이 일어났다.

방역당국은 밀폐된 공간의 이용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당부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발 4차 감염은) 젊은 층이 많이 모이고 밀접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해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상황을 재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며 “확진자 한두 명이 밀폐되고 밀집된 시설에 노출됐을 때 얼마든지 이런 소규모의 유행은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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