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택 부회장 "삼성, 아직 8부 능선에···"

"삼성도 망하지 말라는 법 없어"
이건희식 '화두 경영'에 큰 기대
  • 등록 2010-03-25 오전 11:50:13

    수정 2010-03-26 오후 1:44:52

[이데일리 이승형 류의성 기자] "삼성이라고 망하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우리가 정상에 있지도 않으면서 정상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안되는 겁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복귀가 공식발표된 24일,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이 회장의 '복귀의 변(辯)'에 대해 이같이 해석했다. 그리고 "이 회장께서 (우리가) 안일해지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리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사장단으로부터 경영복귀 건의를 받은 뒤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삼성 제품들도 10년 뒤면 사라질 지 모른다"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니 앞만 보고 가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사진:한대욱 기자)
김 부회장은 현재의 글로벌 경영환경을 '등반'에 비유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삼성은 지금 (산)정상에 올라가지도 않았고, 8부나 9부 능선쯤 올라가고 있는데 정상에 있는 업체들이 밀려내려오다보니 정상에 오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결코 위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혁신 마인드'라는 무기를 갖고 (산을) 올라가는 와중에 그들(선진국 경쟁업체들)이 스스로 밀려난 것이지, 우리가 그들을 넘어서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심기일전하면 곧 만회하고 우리 위로 올라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이 진짜 위기" "머뭇거릴 시간없다"는 이 회장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과 김 부회장 모두 '남들의 칭찬에 우쭐거릴 틈이 없다'며 극도의 경계심을 피력한 것. 그만큼 '체감 위기지수'가 높다는 뜻이다.

김 부회장은 "2등, 3등은 1등이라는 목표가 보여 차라리 마음이 편하지만 1등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이라며 "삼성 사장단은 지금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팎의 상황이 만만치 않다보니 삼성 사장단이 이 회장 복귀를 간청한 것"이라며 "(이 회장이)수락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회장의 이른바 '화두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회장 이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스피드있게 혁신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이제 (이 회장이) 화두를 던지면 '옳다, 이거다 가자' 이렇게 해서 쭉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이같은 기대감은 과거 이 회장이 고비때마다 경영 환경의 흐름을 짚어내는 화두를 던지며 삼성의 변화를 주도했던 전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을 주창한 이후 삼성 제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 2007년 1월에는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며 특유의 '위기론'을 제기해 사회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맞다"면서 "삼성이 IMF 구제금융 이후,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 나아진 것을 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회장 복귀로 인해 임원들의 업무 태도도 바뀔 것이라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의사결정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물론 사장단 입장에서는 긴장되겠죠. (회장께서) 군기도 잡고 그러지 않겠습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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