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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계좌 갈아타기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2조4600억원의 머니무브가 가능해졌다. 가입자들은 금융회사나 상품간 수익률 편차가 큰 만큼 어떤 금융회사로 갈아타는 게 좋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다만 아직 상품이 출시된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난데다 글로벌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은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을 운용하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수요가 지배적일 전망이다.
세제혜택·가입기간 유지한 채 계좌 갈아탄다
오는 18일부터 모든 ISA 가입자는 계좌이동을 할 수 있다. ISA 계좌에서 발생한 순익의 200~25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은 9.9%의 저율과세를 하는 세제혜택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계좌를 갈아타도 기존 가입기간은 인정된다. 이에 따라 그간 여러 금융회사별로 상품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한 상품을 보유한 금융회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유의해야할 점은 비용 발생 여부다. 기존 ISA 계좌 해지에 따른 패널티 성격의 수수료나 계좌이전 업무처리에 따른 보수 등은 원칙적으로 없다. 그러나 기존계좌에 편입된 자산의 종류에 따라 해당 자산을 환매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계좌이전은 모든 자산을 현금화를 시킨 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가연계증권(ELS)은 중도환매하면 수수료가 발생하고 대부분 펀드상품도 90일 이전에 환매하면 환매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금 역시 중도해지시 기존 약정이율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자신이 가입한 상품별 해지시 비용발생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일임형 강한 증권사에 기회…“유효고객 유치 본격화”
현재 전체 ISA 가입자 237만명 중 90%는 은행 가입자다. 가입금액은 은행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증권에 30%에 불과하다. 한편 지난달 30일 공개된 증권사 일임형 ISA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2%로 연간으로 따지면 5.28% 수준이다. 특히 HMC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3개월 동안 4~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사별 수익률 편차가 큰 만큼 일임형 ISA 고객들이 계좌 갈아타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ISA 출시 초반 특판상품의 만기가 대개 3개월이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신탁형에서 일임형으로 이전하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들은 계좌이전을 앞두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신규가입고객이나 계좌이전 고객, 추가납입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지급하고 이중 추첨을 통해 황금열쇠와 이케아상품권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증권과 SK증권 등도 계좌이전을 대비해 마케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5년 만기 상품의 초반부인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계좌 갈아타기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되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가입자가 많을 것이란 얘기다. 전체 계좌의 70% 이상이 1만원 이하 소액계좌인 점과 은행권 일임형 ISA의 수익률이 아직 공개되기 전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은행권 일임형 ISA 3개월 수익률은 이르면 이번 주중 공시할 예정이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 본부장은 “계좌이동의 실제 수요는 1만원짜리 계좌보다는 가입금이 어느정도 있는 고객일 것”이라며 “높은 수익률을 냈거나 사후관리를 잘해주는 진정성 있는 금융회사로의 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