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편집부국장 존 개퍼는 저유가가 석유 메이저 입장에서는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란 주장을 펼쳤다. 고유가 때 펑펑 낭비하던 습관을 고치기 좋은 때란 것이다. 제대로만 대응하면 기업 체질도 고치고 수익성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엑슨모빌이 그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셈이다.
◇ 두드러진 유가 방어력…주가 되레 뛰어
엑슨모빌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작년 4분기(10~12월) 매출액은 873억달러였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보다 21%나 줄었다. 876억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도 밑돌았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유가는 지난해 6월말부터 지금까지 60%나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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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엑슨모빌의 수익성은 경쟁사들에 비하면 단연 돋보인다. 2위 업체인 쉐브론의 4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0% 줄었고, 3위사인 코너코필립스는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서고 말았다.
실적 발표후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원유 탐사와 시추, 생산을 포함한 업스트림과 이를 정제하고 각 석유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다운스트림, 화학제품까지 총망라하는 엑슨모빌의 입증된 사업 모델이 지금과 같은 유가 하락 사이클에서 경쟁자들로보다 우월한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실적”이라며 자평했다.
이를 반영이나 하듯이 국제유가 하락기에도 엑슨모빌 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6월말 이후 유가가 급락하는 와중에서도 같은 기간 엑슨모빌 주가는 오히려 2% 상승했다.
◇ 모자라는 현금…배당-자사주 압박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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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만 놓고 봐도 올해 EPS 전망치는 3.67달러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156억달러 정도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116억달러 어치의 자사주 취득과 40억달러 규모의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자금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해야할 판이다.
이렇다보니 엑슨모빌은 최근 분기 배당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작년 4분기에 30억달러였던 자사주 취득 규모를 올 1분기에는 10억달러로 3분의 1 토막 수준까지 줄였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엑슨모빌에 대한 투자 가치를 종전보다 낮게 보고 있다. 실제 엑슨모빌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한 증권사는 29개사 가운데 불과 10개사에 그치고 있다. 6개월전만 해도 32개사 가운데 14개사가 `매수`의견을 제시했었다.
마트진 래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업종은 성장섹터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석유 메이저들은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 환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배당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