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SRE 인터뷰)③"韓 자동차 경기 침체 대응능력 양호"

김도식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
  • 등록 2009-11-06 오후 1:35:30

    수정 2009-11-08 오전 10:54:26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미국의 실물경제 가운데 금융위기의 충격파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단연 자동차 시장이다. 연간 1600만대씩 팔리던 시장이 1000만대로 쪼그라들었다.

길에서 갑자기 서버리는 차가 아니라면 그냥 계속 타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괜찮을까.

김도식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주인공이다. 그는 10회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에서 `업무 활용도가 높은 보고서` 4위에 꼽힌 `현대 기아차를 둘러싼 7가지 FAQ`를 지난 7월에 썼다.

김 실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한 충격으로 우량기업인 현대차까지 신용등급에 이의를 제기할만한 업체 대상에 포함된 것을 보고 뭔가 신평사의 설명을 시장에 내놓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자주 물어오는 질문 7개를 추려서 그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알기 쉽게 보고서를 썼다. 그러나 20페이지나 되는 보고서의 분량도 만만치 않았고 하나하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동원한 데이터도 많아서 보고서를 쓰는 데는 거의 한 달이나 걸렸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현대차의 판매지역 가운데 미국 시장의 비중이 생각처럼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게 큰 충격을 입지 않았던 요인이었다. 해외진출 초기 브랜드와 기술력의 장벽으로 미국 시장 외의 신흥시장에 집중했던 게 금융경색 이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 셈이었다.

김 실장은 "우려를 표명하는 고객들에게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 비중이 전체의 몇%나 되는지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한 50%쯤 되지 않느냐고 했다"면서 "그렇지만 실제로는 20%도 안된다고 데이터를 제시하면 그제서야 고객들이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미국 빅3 자동차 업체의 몰락이 현대차에는 기회요인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미국 시장에서 빅3의 점유율은 2004년 이후 매년 1.7~3.7%포인트씩 하락했는데 2008년까지는 이렇게 하락한 점유율의 80%를 일본 업체들이 가져갔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국 빅3가 잃어버린 시장의 78%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보고서를 쓰고 나서 현대차 관계자로부터도 전화를 받았다"면서 "평가대상 업체에서 나온 이야기라 그대로 전하기 좀 쑥스럽긴 하지만 현대차를 분석한 여러가지 보고서들 가운데서 눈에 띄는, 고민을 많이 하고 제대로 분석한 보고서라는 평가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의 보고서가 현대차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에서 현대차가 경쟁사에게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 "‘차세대 미래형’이라고만 생각했던 자동차의 비중이 예상보다 더 급속도로 상승하는 상황이 전개되는데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Market Outperform` 지속에 큰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썼다.

김 실장은 "보고서를 낸 후에 현대차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현대차가 친환경 기술에 대한 준비가 생각만큼 그렇게 뒤진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면서 "기술 개발 과정을 모두 공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보인 것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친환경 기술의 빠른 변화속도를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약 2년 반 동안 자동차 업종을 담당했고 지난 8월부터는 한신평의 평가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전에는 건설/시멘트, 경공업 평가와 SF분야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그는 "석유화학 업종만 빼고는 거의 다 경험을 했다"고 말하면서 자동차 업종이 신용평가 애널리스트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업종이라고 털어놨다.

"신용평가를 하기에는 시멘트같은 내수 업종이 수월한 편입니다 국내 업체들의 자료를 모으면 전체 시장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업종은 국내에서 아무리 자료를 받아도 전세계 마켓쉐어의 5% 정도 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95%는 추가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야만 하는 영역이죠. 자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 회사도 있고 각 사별로 데이터의 기준이 달라서 각사의 데이터를 모아놓으면 전세계 데이터와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동차 고유의 업종 리스크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현대차 그룹은 우리나라에서 삼성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업인데 왜 AAA가 아니라 AA 밖에 안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면서 "세계의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아직까지 낮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의 전략과 환율 유가 환경규제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업황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삼성전자보다 더 클 수 밖에 없는 업종 고유의 성격"을 신용평가시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처럼 업종별로 다른 리스크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 애널리스트들이 다양한 업종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종에 대한 전문가로서 그는 한국의 자동차 업종의 문제점으로 우선 경쟁사들보다 작은 내수시장 규모를 꼽았다. 연간 120만대 남짓의 규모로는 300만대가 넘는 내수시장을 가진 독일차나 500만대가 넘는 내수시장에 기댄 일본업체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처럼 좁은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자동차 업체의 비결에 대해 그는 강력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투자를 꼽았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시에 여러곳의 해외 공장을 짓기 시작할 때 주변에서는 모두 일단 한두개만 먼저 가동해 보고 좀 지켜본 후에 또 투자하는게 어떠냐고 걱정했었다"면서 "참 과감한 베팅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그게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한 것이니 오너십의 영향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 문제가 앞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정확한 영향을 수치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얼마 내리면 이익이 얼마 줄어든다는 식의 도식적인 공식은 환율 이외의 다른 변수들이 그대로 고정된다는 가정에서나 가능한 논리지만 환율이 내리기 시작하면 회사 전체가 대응전략을 바꾸기 시작하고 그래서 환율의 영향은 매우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동차 업종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IT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상당부분은 수입산"이라면서 "그러나 자동차 부품은 대부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외화가득률이 높고 더욱이 고용효과까지 고려한다면 대형 자동차업체가 위기를 맞을 경우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요인도 신용평가의 고려요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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