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사태, 임원 줄사퇴가 씁쓸한 이유

  • 등록 2014-01-21 오전 11:15:06

    수정 2014-01-21 오후 4:59:37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20일 오전 10시, 코리아나 호텔에서 카드 3사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실상 전 국민의 정보가 다 유출된 마당에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고객정보유출 3개 카드사 사장들은 이 자리에서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전액 보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신적 피해 보상에 대한 얘기까지 나왔다.

궁금했다. 부당 사용에 대한 보상은 없었던 것인데, 이번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고를 맞아 내놓은 특단의 대책일까. 카드사엔 원래 ‘사후대책제도’가 있다. 도난과 분실 등 부정 사용에 대해 카드사가 전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그 제도를 공공연하게 말했을 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제도와 차이를 묻는 말에 머쓱해하며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번 사태 대책으로 월 300원 무료문자 서비스를 약속했다.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신용등급, 결혼여부, 주거형태 등 사생활과 관련된 신용정보까지 노출된 마당에 월 300원짜리 서비스가 대책이 될 수 있느냐며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그것마저도 아직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무료 문자서비스의 대상, 기간, 신청방법 등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정신적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이 나왔지만 이 부분은 더욱 애매하다. KB국민카드는 “이번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임이 인정되는 경우 별도 보상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금전적 피해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은 마당에 정신적 보상 카드는 더욱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자회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9시 즈음까지 KCB를 포함한 카드 3사 모든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했다. 대상만 총 31명에 달했다. 심지어 손 분사장은 그날 바로 사표가 수리됐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임원 줄사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태 수습에 대한 책임감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3사 사장 모두 “사태 수습이 먼저”라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매락이었다. 임원 줄사퇴가 이어졌지만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뒤가 뒤바뀐 땜질식 대책은 어떤 진정성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만 부을 뿐이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건 카드사 CEO가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도, 말뿐인 무료문자서비스도, 경영진 사퇴도 아니다. 2차 피해가 없음을 안심시킬 진정성 있는 고민과 빠른 실행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홍명보 바라보는 박주호
  • 있지의 가을
  • 쯔위, 잘룩 허리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