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다. 부당 사용에 대한 보상은 없었던 것인데, 이번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고를 맞아 내놓은 특단의 대책일까. 카드사엔 원래 ‘사후대책제도’가 있다. 도난과 분실 등 부정 사용에 대해 카드사가 전액을 보상해주는 제도다. 그 제도를 공공연하게 말했을 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제도와 차이를 묻는 말에 머쓱해하며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이번 사태 대책으로 월 300원 무료문자 서비스를 약속했다. 이름,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부터 신용등급, 결혼여부, 주거형태 등 사생활과 관련된 신용정보까지 노출된 마당에 월 300원짜리 서비스가 대책이 될 수 있느냐며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그것마저도 아직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무료 문자서비스의 대상, 기간, 신청방법 등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기자회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을 시작으로 이날 오후 9시 즈음까지 KCB를 포함한 카드 3사 모든 경영진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했다. 대상만 총 31명에 달했다. 심지어 손 분사장은 그날 바로 사표가 수리됐다.
앞뒤가 뒤바뀐 땜질식 대책은 어떤 진정성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만 부을 뿐이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건 카드사 CEO가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도, 말뿐인 무료문자서비스도, 경영진 사퇴도 아니다. 2차 피해가 없음을 안심시킬 진정성 있는 고민과 빠른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