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망 사업이 표류한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지체한데다, 최근 세월호 참사로 재난망에 대한 조기 구축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기술방식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KDI는 2004년 처음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뒤 2009년 재조사에서 부적합으로 판정하고, 이날 안행부에 테트라(TETRA)와 와이브로(WiBro) 기술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부정적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안행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테트라와 와이브로가 아닌 제3의 기술을 재난망의 새로운 기술방식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일단 미래부 주도로 전담팀을 만들어, 7월까지 새로운 기술방식을 정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비용대비 효율성과 주파수 활용, 인프라 구축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재난망의 새로운 기술방식은 롱텀에볼루션(LTE)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황범순 단장은 또 “(신기술 방식은) 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면서 “미래부가 기술성 분석을 하면 저희가 정보화전략계획(ISP)을 만들고 이후 사업규모와 예산 범위 등이 나오면 예타 면제에 대해 12월 경에 국회 상임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타당성조사과 관계자는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가재정법 38조 2항에 보면 긴급한 경제·사회적 국가적 정책개입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예타를 면제하게 돼 있다”면서 “기재부에서 판단하게 되며, (안행부가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을 충격과 깊은 슬픔에 몰아 넣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골든타임’을 줄일 수 있는 재난망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재난망은 소방, 경찰, 의료기관 등 재난대응 기관이 각각 사용하던 통신망을 하나의 망으로 통합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보고하고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재난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운영비용까지 합쳐 수 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절차에 맞게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떠한 기술방식을 선택하느냐, 어떤 주파수를 쓰게 되느냐에 따라 산업계는 물론 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미래부 기술검증 전담반에만 맡겨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는데, 정부가 예타없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는 “정부가 700MHz 주파수를 두고 싸우는 지상파 방송사(UHDTV 방송용 주장)와 통신사(이동통신 데이터용 주장)에 결론을 주지 않고 재난망 등 공공망으로 700MHz를 이용하려 하는 것 같다”면서 “미래부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신뢰성을 갖춘 절차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정보문화과외에도 주파수 관련 과들을 모아 재난망 기술검증 전담팀을 꾸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미래부와 방통위는 ‘700MHz 주파수 연구반’을 최근까지 공동 운영했지만, 당장 방송용이냐 통신용이냐 정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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