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라`를 향한 99%의 독설

의료제·빈민세금 등
미국 초부유층의 꼼수 반박·풍자로 풀어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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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들의 나라
바버라 에런라이크|296쪽|부키
  • 등록 2011-12-14 오후 1:11:28

    수정 2011-12-15 오후 1:10:01

☞ 이 기사는 12월14일자 이데일리신문 27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미국 부시 행정부가 흥미로운 계산을 했다. 블루칼라 여성이 결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몇 명의 블루칼라 남성이 필요할까를 따져본 거다. 2.3명이었다. 빈곤여성이 결혼만으로 가난에서 탈출하려면 2.3명의 남성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가난한 여성들의 결혼을 적극 권장했다. 그런데 과연 2.3번의 결혼까지 독려했을까.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위 1%의 판단이었다.

2000년대 후반 어느 날 미국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긴급뉴스가 떴다. 노동통계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종을 발표했으니 그에 맞게 이력을 수정하면 좋을 거란 얘기였다. 그런데 빠른 성장 직종 1위는 연봉 2만2880달러(약 2600만원)의 `소매 판매원`. 목록에 오른 25개 직종 가운데 3만달러 이상은 10개에 불과했다. 간신히 2만달러를 웃돈 건물잡역부, 간호보조사, 보조교사 등은 미국 경제의 향방을 보여줬다. 이는 “교육만 받으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상위 1%의 말과는 달랐다.

부자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할 것 없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은 고달프다. 잘 안다. 그런데 상위 1% 초부유층이 이 가난을 적극 돕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구나 그들이 사회적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그 틈새로 빠져나온 부까지 챙기고 있다면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택대출금 이자도 최소 1%포인트 더 내야 한다. 자동차보험료도 저소득 운전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연 400달러는 더 낸다. 2006년 브루킹연구소가 발표한 `빈민 세금`이 그 근거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저자가 상위 1%를 겨냥해 숨 쉴 틈 없이 쏴붙인다. 빈부격차 고발은 기본이고 미국 중산층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의료제도, 사회적 불만을 억누르는 기제로 쓰이는 성·가족제도, 노동에 지친 이들을 어르는 종교 주술까지 낱낱이 고발한다.

`초점 흐리기`는 상위 1%가 즐겨 사용하는 결정적 `꼼수`다. 본질을 알아챌 수 없게 만든다는 거다. 미국 빈곤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불법이민이 그 결정적 예다. 1%가 보기에 불법 체류자들은 잔디를 깎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를 손질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마약을 운반하고 사회보장혜택을 갈취하기 위해 이 땅에 들어온 것으로 간주됐다. 사회복지 축소로 높아진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기에 이만한 호재가 없었다.

2000년대에 들어 특히 유행을 탄 주술적 사고도 있다. 욕구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비법서들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서점의 나머지 코너는 영국서 날아온 어린 마법사 얘기로 도배됐다. 공주의 판타지를 위해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버렸다. 그러나 그 믿음대로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 젊은 부부들은 미처 자동차대출을 받기도 전에 파산상태에 놓였다.

기본적으로 비딱하다. 하지만 정공법을 쓰며 쓴소리를 날리기보다 풍자와 반박을 동반한 유머로써 푸는 방법을 택했다. 99%를 대변해 미국 상위 1%에 날린 화살이지만 한국 1%에도 그대로 꽂힌다. 비난만큼 날카로운 대안이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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