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 어느 날 미국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긴급뉴스가 떴다. 노동통계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종을 발표했으니 그에 맞게 이력을 수정하면 좋을 거란 얘기였다. 그런데 빠른 성장 직종 1위는 연봉 2만2880달러(약 2600만원)의 `소매 판매원`. 목록에 오른 25개 직종 가운데 3만달러 이상은 10개에 불과했다. 간신히 2만달러를 웃돈 건물잡역부, 간호보조사, 보조교사 등은 미국 경제의 향방을 보여줬다. 이는 “교육만 받으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상위 1%의 말과는 달랐다.
부자 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할 것 없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은 고달프다. 잘 안다. 그런데 상위 1% 초부유층이 이 가난을 적극 돕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구나 그들이 사회적 안전망을 무너뜨리고 그 틈새로 빠져나온 부까지 챙기고 있다면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택대출금 이자도 최소 1%포인트 더 내야 한다. 자동차보험료도 저소득 운전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연 400달러는 더 낸다. 2006년 브루킹연구소가 발표한 `빈민 세금`이 그 근거다.
`초점 흐리기`는 상위 1%가 즐겨 사용하는 결정적 `꼼수`다. 본질을 알아챌 수 없게 만든다는 거다. 미국 빈곤층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불법이민이 그 결정적 예다. 1%가 보기에 불법 체류자들은 잔디를 깎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가금류를 손질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마약을 운반하고 사회보장혜택을 갈취하기 위해 이 땅에 들어온 것으로 간주됐다. 사회복지 축소로 높아진 대중의 불만을 무마하기에 이만한 호재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비딱하다. 하지만 정공법을 쓰며 쓴소리를 날리기보다 풍자와 반박을 동반한 유머로써 푸는 방법을 택했다. 99%를 대변해 미국 상위 1%에 날린 화살이지만 한국 1%에도 그대로 꽂힌다. 비난만큼 날카로운 대안이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