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10년 방황` 현대건설..시숙이냐 제수냐

`왕자의 난` 이어 워크아웃..채권단 난항에 險路
"범현대家 품 복귀=시너지" 기대감..`시숙이냐 제수냐`
  • 등록 2010-09-28 오전 10:54:28

    수정 2010-09-28 오전 11:09:53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현대가의 적통` 현대건설을 둘러싼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인수전은 2파전 양상. `현대가의 장자`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 그룹, `비운의 며느리` 현정은 회장이 경영하는 현대그룹이 명운을 걸고 인수전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한때 현대의 상징이자, 한국 개발경제에 큰 족적을 남긴 기업. 이명박 대통령(65년 입사)이 80년대에 사장으로 재직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화려한 시절도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왕자의 난`과 `시숙의 난`, 금융위기 등 내우외환 속에서 현대건설은 주인없이 가시밭길, 첩첩산중의 험로(險路)를 걸어왔다.

◇ "벌써 십 년"..현대건설의 길어진 `방황`

2000년 봄. 이른바 `왕자의 난`이 터졌다.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투던 정몽구(2남), 정몽헌(5남) 두 아들 사이에서 병석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창업주)은 정몽헌을 선택했다.
 
이에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 현대아산 등 26개 주력 계열사로 이뤄진 현대그룹을,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005380)를, 정몽준(6남) 회장은 현대중공업(009540)을 각각 이끌게 된다.
▲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그해 8월 현대건설은 부도를 냈다. IMF 외환위기의 여파를 끝내 피할 수 없었던 것. 정몽헌 회장은 정몽구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긴급 요청했지만 그간 쌓인 감정의 골이 깊었다. 정몽구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현대건설엔 시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2001년 여름. 결국 현대건설은 자금 유동성 위기와 재무구조 악화를 사유로 채권단 관리, 즉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9개 은행 및 기관으로 채권단이 구성됐다. 금융기관의 출자 전환으로 현대그룹 계열사와는 분리, 독자적 행보를 걷게 됐다. 현대가의 상징적 기업이 현대가의 품을 떠나 채권단 관리를 받는 신세가 된 것. 

2002년 9월. 현대그룹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5억달러의 대북 불법송금 사건이 그것. 대북 사업 난항에 이어 그룹 계열사의 경영마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이후 정몽헌 회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12층 화장실에 유서를 남긴 채 투신 자살했다. 미망인이자 당시 가정 주부였던 지금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신임 총수로서 고인의 유지(遺志)를 받들었다. 이후로도 `시숙의 난` 등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층 심해진 채 이어졌다.

2004년.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현대건설은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시공능력평가제` 도입 이후 무려 42년간 지켜왔던 업계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뺏겼다. 이후 삼성물산(000830), 대우건설(047040) 등에 연거푸 자리를 내주다가 2009년이 돼서야 간신히 되찾게 된다.

2006년 4월.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이어간 1조4000억원 규모 출자전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 범현대가 품에서 `방향` 잡을까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추진 작업도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그해 산업은행 측에서 `부실 책임이 있는 옛 사주의 입찰 자격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지연됐다.
 
채권단이 4년 동안이나 현대건설 매각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하지 못한 데엔 두 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나는 대우건설 M&A(인수·합병) 등 다른 대형 매각 건이 숨돌릴 겨를 없이 발생한 것. 다른 하나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가 터진 것.
 
올해 들어 하반기를 맞으면서 상황은 비로소 급진전되기 시작했다. 7월에 있었던 공동매각주간사단 선정, 매도자 실사 등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M&A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그리고 지난 24일. 채권단은 현대건설 보유지분 34.88%(3887만9000주)를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채권단은 오는 10월 1일까지 인수 희망 사업자에 한해 입찰 참가 의향서를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을 추려 11월 12일까지 본입찰을 진행하고 올해 안에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 본계약 체결에 나서기로 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左)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右)


이에 지난 27일. 현대차그룹은 의향서 제출로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정은 회장 주도 아래, 오랜 기간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밝혀온 현대그룹 측은 발표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조만간 의향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건설 인수전`은 범현대가(家) 시숙(정몽구 회장)과 제수(현정은 회장) 사이 대결로 서막부터 불을 뿜게 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그룹이 됐든 현대차그룹이 됐든, 현대건설이 범현대가 품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인수전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 현대건설은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지난 1947년 설립한 현대토건사가 그 모태다. 이후 1950년 1월 현대건설로 새출발했다. 현대그룹 역사의 상징물과 같은 회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도 그 궤적을 같이 했다.

1958년 한강 인도교 복구 공사, 60년대 태국 고속도로 공사, 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 등을 잇따라 성사, 지금까지 50여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김중겸 사장(76년 입사)이 CEO(최고경영자)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9조2789억원, 영업이익 4189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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