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농협銀…기울어진 코인 운동장 만드나

FIU는 내년 3월 25일 적용한다 밝혀
농협은 9월 25일부터 적용안하면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엄포
농협, 케이뱅크·신한은행과 달리 자의적 해석
농협과 제휴한 빗썸과 코인원 사업자 신고 위기
공동 조인트벤처에서 갑자기 빠진 업비트 원망도
  • 등록 2021-08-22 오후 3:45:45

    수정 2021-08-22 오후 9:02:5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업비트 라운지 (사진=이데일리DB)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4사 대표가 트래블 룰에 공동 대응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 위한 MOU를 지난 6월 체결했지만, 결국 업비트는 지분을 넣지 않기로 했다.
실명계좌를 확보한 국내 4대 거래소. 시장 점유율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NH농협은행), 코인원(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순이다.


NH농협은행이 금융당국 입장과 달리,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Travel rule)’ 체계 구축 전까지 가상자산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제안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농협의 케이뱅크·신한과 다른 법령 해석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트래블 룰 적용 시기를 내년 3월 25일이라고 밝혔지만, 농협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한이 끝나는 9월 25일부터 당장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빗썸과 코인원의 ‘은행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 계좌)’ 확인서 발급에 제동이 걸렸다.

업계 2위인 빗썸과 3위인 코인원이 가상자산 계좌를 막으면 거래 회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인 계좌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입출금을 막으면 거래소 내에서 지나친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시세조종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 1위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순조롭게 확인서 절차를 진행,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일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농협이 케이뱅크나 신한은행과 달리 트래블 룰 적용시기를 9월 25일로 작위적으로 해석하는 걸 고집한다면 국내에서는 사실상 하나의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업계 4위인 코빗의 경우 신한은행이 농협처럼 코인 계좌 입출금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이 빗썸과 코인원에 확인서를 빌미로 속을 태우면서 1등 업체인 업비트만 점점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트래블 룰 시스템 9월 25일까지 구축 못 해…업비트에 대한 원망도


트래블 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암호화폐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거래소가 파악하도록 한 자금이동규칙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강력 권고사항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해당 규정이 들어갔다.

거래소들도 트래블 룰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9월 25일부터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존 금융권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표준화된 코드 기반으로 트래블 룰을 적용하고 있으나, 가상자산 업계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트래블 룰 솔루션을 도입해 사업자 간 정보 전송 및 공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나 시장 표준이 필요하다”면서 “4대 거래소가 조인트벤처까지 추진했는데, 업비트가 참여 양해각서(MOU)를 맺은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탈퇴하면서 혼란을 줬다”고 비판했다.

업비트는 지난 6월 빗썸·코인원·코빗 등과 트래블 룰 관련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로 했다가, 7월 말 담합 이슈로 볼 여지가 있다며 조인트벤처에 참가하지 않고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자체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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