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강남 재건축 단지…“강남은 오른다” 실수요자·‘떴다방’ 북적
지난 6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이갤러리에 마련된 ‘방배 아트자이’ 모델하우스는 청약 상담을 기다리는 50·60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김모(58·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교육문제로 거주해 잘 아는 동네”라며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온 것 같아 향후 아이가 결혼할 때 줄 집으로 청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서울 서초구 방배3구역을 재건축해 짓는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3780만원에 책정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초구에서 분양했던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225만원이었다.
이상국 방배 아트자이 분양소장은 “분양 문의를 하는 수요자들의 50% 이상이 강남권 거주자”라며 “분양가가 ‘강남치고는 싸다’는 생각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문객들이 몰리면서 순위 내 청약이 불가능한 수요자들을 위해 마련한 ‘내 집 마련 신청서’ 500장은 첫날 모두 동이 났다. 이 분양소장은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강남은 실수요층이 탄탄하다”며 “일반분양 물량이 96가구로 적지만 청약경쟁률이 20대 1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에 모델하우스에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모여들었다. 이날 모델하우스 앞에는 분양권 거래를 위해 방문객들의 연락처를 받아내려는 떴다방 15여명이 몰려 방문객들에게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한 떴다방 업자는 “저렴한 분양가에다 입주가 내년 10월로 전매 가능 시점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초피(분양권 당첨 직후 붙는 웃돈)가 최소 3000만원은 붙을 것”이라며 청약을 유도했다.
전매 제한 금지에도 강남 분양시장은 여전히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새해 들어 첫 청약을 접수한 단지들의 성적은 지역별로 크게 엇갈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새해 첫 청약 결과가 올해 분양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보여줬다”며 “청약 요건이 강화되고 재당첨 제한이 엄격해지면서 입지나 분양가 등에 따라 단지별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순위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반적인 청약경쟁률은 낮아졌지만 서울에서 분양에 나선 역세권 단지는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대림산업이 서울 강서구 염창1구역을 재건축해 짓는 ‘e편한세상 염창’은 평균 9.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역세권 단지로, 브랜드와 재건축 입지 모두 수요자를 만족시켰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지난해 29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 잔금대출 규제를 피했다는 점도 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달 1일부터 입주자모집공고를 하는 신규 아파트에는 잔금대출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등 대출이 까다로워져서다. 이 단지보다 앞선 3일 서울에서 공급한 둔촌동 ‘청호 뜨레피움 퍼스트’ 역시 지하철 5호선 길동역 역세권 단지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다만 단지 규모가 40가구로 작아 평균 청약경쟁률은 2.1대 1에 그쳤다.
이 외 서해종합건설이 인천 연수구 동춘2구역에 공급하는 ‘인천 연수 행복한마을 서해그랑블’, 대림종합건설이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해리 241-3번지 일대에 공급한 ‘해남 코아루 더베스트’ 등이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지방에서는 지난해 시·도 기준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부산만이 청약 열기를 이어갔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02.3대 1을 기록해 전체 평균(14.23대 1)의 7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청약 열기에도 불구하고 주택법상 지방 민간택지는 전매 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부산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부영건설이 명지국제신도시 C블록에 공급한 ‘사랑으로 부영’ 1097가구 모집에 모두 2만 5792건의 청약이 몰리며 평균 2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시장에서 관심이 많고 청약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 이들 지역의 청약시장이 가라앉으면 전반적인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분양가가 조정될 여지가 있어 분양을 통해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