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이 야구공 두 개 달고 '위장'한 사연 [e갤러리]

△리나갤러리서 ''뉴 팝'' 전 연 유은석
익숙한 아이콘에 다른 아이콘 얹는 방식 써
지금 시대 상징과 새로운 팝아트 방향 제시
예전 유명 캐릭터 대신 일상소품 형태 변화
오브제 ‘공’으로 경쟁 아닌 상생신호 보이려
  • 등록 2022-12-26 오전 10:30:53

    수정 2022-12-26 오전 10:30:53

유은석 ‘위장’(2022 사진=리나갤러리)F.R.P(섬유강화 플라스틱)·우레탄페인트. 20×30×25㎝. 리나갤러리 제공.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위장’(2022). 이만큼 딱 떨어지는 작품명이 있을 수 있을까. 농구공이 야구공을 두 개 달고 앙증맞은 토끼가 됐으니.

작가 유은석(36)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이콘에 아무나 상상하지 못하는 다른 아이콘을 얹어 지금 우리시대의 상징을 꺼내놓는다. 덕분에 ‘새로운’ 팝아트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평가가 늘 따랐다. 굳이 예전과 달라진 거라면 유명 캐릭터를 끌어내 변형하던 형태서 일상의 소품을 끌어와 ‘위장’하는 형태로 변화를 겪는 점이랄까.

‘이상한 정원’(Strange Garden)이란 별칭이 붙은 연작에 주로 등장하는 오브제는 ‘공’. 탑처럼 층층이 쌓기도 하고 터진 틈에 흙을 넣어 나무를 심기도 한다. 굳이 공인 건, 승패를 갈라야 존재감을 얻는 공에도 경쟁이 아닌 상생의 신호가 뜰 수 있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란다.

작가는 2014년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에 내걸었던 조각 ‘스파이더맨’으로 유명세를 탔다. SNS에 뜬 “선정성과 원작에 대한 모욕”이란 원성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철거했던 ‘사건’을 말하는 거다. 당시 작가는 “아침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영웅에게도 적용해 거짓 없고 가식 없는 아침의 모습을 코믹하게 표현한 것”이란 글로 아쉬움을 전했더랬다.

26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142길 리나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뉴 팝!’(The New Pop!!)에 걸고 세웠다.

유은석 ‘피어난 공’(2022), 율마·농구공, 가변설치(사진=리나갤러리)
유은석 ‘테디로부터’(From Taddy·2022), F.R.P(섬유강화 플라스틱)·우레탄페인트, 60×45×58㎝(사진=리나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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