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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상건 손의연 기자] 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파인텍(옛 스타케미칼)지회의 두 노동자가 공장 정상화와 사측의 단체협약 체결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75m 높이의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인지 409일째를 맞았다. 같은 파인텍지회 소속 차광호 지회장이 경북 구미 공장에서 세운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408일)을 경신한 것이다.
노조와 사측 간 불신이 심해 문제 해결 여지가 보이지 않는 만큼 두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공농성 노동자 “사측 약속 이행 하지 않으면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
홍기탁 전 지회장은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정문 앞에서 열린 전화브리핑에서 “공장 정상화와 노동자 5명 고용 보장 등 단체협약 체결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며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김세권 대표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홍 전 지회장은 문재인 정부에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현 문재인 정부에 친(親)민중 정책은 없다. 오로지 친재벌을 위한 정책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탄력근무제”라며 “현 정부는 부동노동 행위에 대한 처벌책을 폐기하려고 한다. 한국사회는 민중과 노동자들에게 절망만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민중과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박 사무장과 홍 전 지회장은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힘든 폭 80㎝의 철제 통로에서 침낭과 방한복 그리고 핫팩에 의존한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몸을 제대로 누울 공간도 없어서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플렉스의 한국합섬 인수가 굴뚝농성의 발단
굴뚝농성의 발단은 2010년 스타플렉스의 한국합섬 인수다. 파인텍지회에 따르면 당시 스타플렉스는 노동자 100여 명을 고용 승계키로 하고 직물 제조업체인 한국합섬을 인수했다.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의 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바꾸고 공장을 가동했다.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2013년 갑자기 경영난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폐업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플렉스는 직원들도 대거 정리해고했다. 차광호 지회장 등 일부 노동자들은 “스타플렉스가 이익을 챙기고 빠지는 식으로 위장 폐업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에 차광호 지회장은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구미 공장에서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다. 스타플렉스는 차광호 지회장이 꾸린 노조와 생계와 생활 보장 등을 약속하는 단체 협약을 체결하고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노조는 스타플렉스가 충남 아산에 만든 새 법인 파인텍으로 복직해 2006년 1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단체협약이 10개월이 지나도록 체결되지 않자 노조는 그달 파업에 들어갔다. 스타플렉스는 노조의 파업 후 2017년 8월 파인텍 공장에서 기계를 빼냈고 건물의 임대 기간도 연장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
스타플렉스 “연이은 파업 등 경영 상황 악화 탓에 폐업 불가피”
스타플렉스 측은 “당시 파인텍이 매월 30억원 정도 적자를 봤다”며 “흑자 전환을 기대하던 시기에 연이은 파업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돼 폐업이 불가피했다”고 위장폐업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등 제3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 간 불신이 심한 상황이라 제3자의 객관적 판단과 이에 따른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오랜 기간 노사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봐서 당사자끼리의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나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정리해고 사유를 살피고 사측에 대한 시정조치나 노조에 대한 보상 등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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