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김영남, 펜스 불참에 모욕감 느꼈던 것 같다”

“靑안보실장급 이상 인사 美에 보내 북미회담 설득해야”
  • 등록 2018-02-22 오전 9:56:28

    수정 2018-02-22 오전 9:56:28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강원 평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했던 리셉션 만찬장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불참한 것을 두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며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도 그 리셥션장에 있어서 김영남 위원장하고는 안면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보다 17살이나 많은 분인데 인사를 해야 될 거 아닌가. 가서 아는 척을 했는데 음식을 열심히 들고 계시다가 내가 아는 척을 하니까 고개를 드는데 얼굴이 벌개져가지고 있었다”며 “그 테이블에 펜스는 없었고. 그러니까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북한과 미국은 리셉션 다음날인 10일 청와대에서 북·미 대화를 예고해둔 시점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현지 언론에 북한이 만남 2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대화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그 배경에 대해 펜스 부통령의 북한 무시를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정 전 장관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장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뒷줄에 앉아 있는 김여정하고 눈이 마주칠 수 있게 각도가 그렇게 잡혀 있는데 거기서 눈도 안 마주치는 걸 보고 아마 김여정도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의 개막식 직전, 서울 도착 전 행보, 현장에서의 여러 가지 행동거지를 보고 ‘이거 만나봐야 싫은 소리만 듣겠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 (취소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펜스 부통령과 같은 입장을 미국이 누그려뜨려줘야된다. 그래야 북한도 비핵화에 대해서 전향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며 “양쪽이 장외에서 기싸움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태도를 조금만 누그러뜨려주면 그걸 가지고 우리가 남북 대화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걸 위임을 해 달라 하는 걸 얘기하려면 청와대 높은 사람이 가야 된다”며 “최소한 안보실장이 직접 가서 백악관 안보보좌관하고 직접 담판을 하든지 미국이 태도를 좀 바꿔달라, 그러면 우리가 북한을 다시 회담장으로 끌어내겠다, 협상장으로. 이런 위임을 받아와야 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펜스 부통령의 태도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적인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펜스 부통령은 어떤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강경파로, 미국의 자기 지지층에 대해서 내가 이렇게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좀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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