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선생님 촌지 받으세요"

  • 등록 2005-05-12 오후 12:40:31

    수정 2005-05-12 오후 12:40:31

[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아들의 일본인 친구 아버지와 며칠전 얘기를 나누다가 화제가 `촌지`로 옮겨졌다. 그는 선생님께 선물을 하는 미국의 풍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그런 관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크리스마스와 학년말에 선생님께 `촌지`를 전달한다. 보통은 아이들이 직접 선생님께 드리는데, 선생님 책상 위에 갖은 촌지가 잔뜩 쌓인다고 한다. `촌지(寸志)`라고 하니 이상하게 들리고, 게다가 아이들 손에 보낸다니 황당하다 싶겠지만, 말 그대로 자그마한 마음의 표현일 뿐이다. 보통 10∼20달러, 우리 돈으로 1만∼2만원 정도의 선물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돼 있는데, 기자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 초콜릿을 드렸다. 거리낄 것이 없기에 아이들이 직접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담임선생님 출산일이 다가왔으니 원하는 학생은 며칠날까지 10달러 안팎의 선물을 내세요`라는 쪽지를 딸아이가 받아온 적도 있다. 학급 어머니 대표가 쪽지를 만들어 대리 담임선생님을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돌린 통지문이었다. `선물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다니`하는 생각에 우선은 당혹스럽게 느껴졌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액수가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떳떳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촌지를 받은 선생님은 반드시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 편지작성과 관련해 마치 무슨 규정이 있는 것처럼 대체로 유사한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예를 들어 `초콜릿`과 같은 촌지의 내용물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영수증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학부모가 주는 촌지는 평균 35만원`이란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보면서 5월이 됐음을 깨달았다. 부모로서 노파심에 주변에 물어 보니 미국에는 스승의 날이란 게 따로 없다고 한다. 한국의 학부모뿐 아니라 수많은 선생님들조차도 `그것 참 부럽다`고 할 것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게 한국보다 우월하지는 않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일도 부지기수다. 우리보다 나은 문화가 많기는 하지만, 상당수는 부자 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촌지 문화다. 해마다 이맘때만 교문에다 `학부모 출입금지`라느니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는 식의 팻말을 써붙일게 아니라, 촌지는 아이들 손으로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모두가 함께 전달하는게 어떨까. "선생님 고맙습니다. 여기 촌지 받으세요. 저금통 털어서 샀어요" 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깨끗하게 전달하고, 그 것을 떳떳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와 학교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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