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 세대’(연예·출산·결혼·대인관계·내 집 마련 등을 포기)로 불리는 청년층의 주거 안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이른바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면서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주거 빈곤 청년층이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시 전체 5만여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중 청년층을 위한 공급 물량은 아직 5%(2388가구)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장기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제 부담 경감 등 실질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1인 가구 청년 2명 중 1명 ‘주거 빈곤층’
서울시는 청년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역세권 알짜 부지에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 중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 첫 입주자 모집에 나서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러한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임기 내 전국 역세권에 20만 가구의 청년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원순표 청년주택 사업이 현 정부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그만큼 청년 주거 실태가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청년층 가구(20~30세)의 주택 점유 형태는 월세 62.9%, 전세 21.0%로 임차가구 비중이 약 84%에 달한다. 특히 서울의 청년 주거환경은 더욱 좋지 못하다. 서울시 1인 청년가구(전체 52만 가구) 중 부엌이나 화장실 등이 없는 등 최저주거 기준에 미달하거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RIR)이 30%가 넘는 청년주거 빈곤율은 전체 청년 1인 가구의 40.4%로 전국 평균(29%)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어차피 임대주택이기 때문에 집 근처에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돌면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올해는 강남 주요 지역에도 상당수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 중인데 미리 인근 주민들에게 소문나지 않게 사업자들에게 입단속을 철저히 시킬 정도”라고 말했다.
◇1호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장기 임대로 가야”
이달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청년주택 대상지는 55곳, 2만 2560가구다. 이 중 16곳(8224가구)의 사업인가가 완료됐다. 이 중 용산구 한강로2가(1916가구), 서대문구 충정로3가(523가구), 마포구 서교동(1177가구) 등 3곳이 지난해 3월 사업계획인가를 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업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지역은 14곳(5112가구)이며, 나머지 25곳(9224가구)은 사업지 선정을 마치고 사업인가를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올 하반기 서울 광진구 구의동 강변역 인근에 들어설 70여 가구에 대해 첫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기로 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시점은 주택 완공 시점 6개월 이전이다. 이에 따라 입주 물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020년 이전인 내년부터 입주자 모집이 봇물이 터질 전망이다. 내년 입주자 모집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세권 청년주택 1호 사업지인 용산구 한강로2가 삼각지역(지하철 4·6호선) 인근 청년주택 임대료(전용면적 19·39·49㎡)는 보증금 2000만~3000만원에 임대료 29만~38만원 수준으로 주변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세권 청년주택은 분양전환 시점에 기존 세입자들이 내쫓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리츠(부동산 투자회사)와 같은 민간사업자에게 분양 물량을 모두 넘기고 저렴한 가격에 장기 임대로 갈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