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TV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 추석날 TV 앞에 모여 앉아있던 사람들은 흑백으로 처리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광고의 마지막은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였다.
파문은 컸다. 통상적 M&A 과정에서 인수 후보가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한 사례도 드물었다. 경쟁상대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한국 업계의 정서상 이번 광고는 '의도적으로, 또 충분히' 공격적이었다. 인수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그룹의 공격적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현대차그룹은 당황했다. 무엇보다도 뼈아픈 것은 '명분'이라는 단어를 현대그룹에게 선점당했다는 사실. 상대적으로 '명분은 없고, 실탄만 많은' 현대차그룹으로 오인될 소지가 생겼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고민이었다.
◇ `네거티브` 광고에 `포지티브` 청사진으로 승부
허를 찔린 현대차그룹 TFT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추석의 즐거움은 이미 물건너 갔다. 침통했다.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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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몇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계속됐다. 적극 대응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대응하지 말자'는 것으로 났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대대적인 광고 공세에 '무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차별화' 전략에 기초한 전술이었다. 대신 수치를 근거로 한 청사진 제시를 통해 '감성 對 이성', '과거 對 미래' 구로도 가져가겠다는 '포지티브(possitive) 전략'을 세웠다.
◇ 현대차그룹이 우려하는 것은..
자금동원이나 비전 측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이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수전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여부다. 과도한 인수경쟁과 이에 뒤따를 후유증 등을 우려, 입찰이 보류되거나 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는 존재한다.
채권단의 입장에선 인수전 자체에도, 인수전이 끝난 후에도 잡음이나 후유증이 없기를 바란다. 인수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과열될 경우 채권단에선 냉각기를 갖자며 입찰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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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네거티브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은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현대그룹의 공세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딜이 끝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이번 인수전이 `승자의 저주`나 `패자의 몰락` 같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측이 상호 필요한 부분을 협의를 통해 사전에 조율, 제로섬(zero-sum)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수전의 흐름을 윈윈(win-win) 형태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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