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戰]③`슬기롭게 이기자`..현대차의 고민은

현대그룹 파상공세..인수후 청사진 제시로 '차별화'
현대차그룹, 집안싸움으로 비화?..입찰 지연·취소 우려
후계구도·인수후 구체적 육성플랜 등 확실한 시그널 필요
  • 등록 2010-10-28 오후 12:41:00

    수정 2010-10-28 오후 5:47:10

[이데일리 정재웅 김보리 기자] "그거 보셨어요?" 모든 사람들이 귀향의 즐거움에 취하고 있던 지난 추석.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TFT의 핫라인에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TV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 시작한 것. 추석날 TV 앞에 모여 앉아있던 사람들은 흑백으로 처리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광고의 마지막은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였다.

파문은 컸다. 통상적 M&A 과정에서 인수 후보가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한 사례도 드물었다. 경쟁상대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한국 업계의 정서상 이번 광고는 '의도적으로, 또 충분히' 공격적이었다. 인수전이 과열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그룹의 공격적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현대차그룹은 당황했다. 무엇보다도 뼈아픈 것은 '명분'이라는 단어를 현대그룹에게 선점당했다는 사실. 상대적으로 '명분은 없고, 실탄만 많은' 현대차그룹으로 오인될 소지가 생겼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고민이었다. 
 
◇ `네거티브` 광고에 `포지티브` 청사진으로 승부
 
허를 찔린 현대차그룹 TFT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추석의 즐거움은 이미 물건너 갔다. 침통했다. 현대그룹이 이번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 현대그룹이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내보낸 네거티브 광고. 현대차그룹을 향한 현대그룹의 날선 광고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난상토론이 진행됐다. 이번은 시작에 불과할 뿐, 앞으로도 이런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몇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계속됐다. 적극 대응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대응하지 말자'는 것으로 났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대대적인 광고 공세에 '무대응' 방침을 세운 것은 '차별화' 전략에 기초한 전술이었다. 대신 수치를 근거로 한 청사진 제시를 통해 '감성 對 이성', '과거 對 미래' 구로도 가져가겠다는 '포지티브(possitive) 전략'을 세웠다. 
 
◇ 현대차그룹이 우려하는 것은..
 
자금동원이나 비전 측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이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수전이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여부다. 과도한 인수경쟁과 이에 뒤따를 후유증 등을 우려, 입찰이 보류되거나 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는 존재한다.  

채권단의 입장에선 인수전 자체에도, 인수전이 끝난 후에도 잡음이나 후유증이 없기를 바란다. 인수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과열될 경우 채권단에선 냉각기를 갖자며 입찰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광고 공세에 포지티브 전략으로 대응키로 했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해 현대건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업이 누구인지를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공정하고 깨끗한 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만일 이번 인수전이 시아주버니와 제수간의 집안싸움으로 비쳐질 경우, 진흙탕 싸움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어 채권단으로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최근 제기한 현대건설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 채권단이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은 한쪽편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채권단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네거티브 전략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것은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현대그룹의 공세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 딜이 끝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자금이나 그룹 역량면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차가 이번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건설을 그룹의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후계구도 포석 등 그동안 제기된 약점과 의혹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완·해소해 시장과 채권단으로부터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이 `승자의 저주`나 `패자의 몰락` 같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양측이 상호 필요한 부분을 협의를 통해 사전에 조율, 제로섬(zero-sum)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수전의 흐름을 윈윈(win-win) 형태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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