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둘카디르 알 무르타다 후티 포로위원회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미국과 시온주의(유대국가 건설운동) 세력, 영국이 수도 사나와 호데이다, 사다, 다마르를 여러 차례 공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역시 미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미군과 영국군이 항공기와 군함, 잠수함 등을 동원해 예멘 내 후티 근거지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공격 대상엔 무기고와 방공망, 물류시설 등이 포함됐다. 미국·영국이 예멘 영토 안에서 후티를 선제공격한 건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호주와 캐나다, 바레인, 네덜란드도 측면에서 후티에 대한 공격을 지원했다.
지금까지 27척에 이르는 선박을 공격한 후티는 최근 들어선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함대가 홍해에 배치됐지만 후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9일에도 드론 18기와 순항미사일 2기, 탄도미사일 1기를 동원해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이·팔 전쟁에 후티가 개입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간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선제조치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영국과 후티가 정면 충돌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은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후티가 임명한 후세인 알 아지 예멘 외무차관은 “미국과 영국 정부는 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티 고위간부인 무함마드 알 파라도 미국이 예멘을 공격한다면 자신들은 몇 년이고 홍해에서 군함·민간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미 의회에서도 미국이 중동 분쟁에 본격적으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티와 하마스를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란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란은 전날 오만만 인근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 일각에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홍해를 넘어 또 다른 핵심 무역로인 호르무즈해역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