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말 한마디에 휘청이는 與…주호영 리더십 분수령

청년당원 분열·당심 사분오열·지지율 하락세
내주 가처분 결과 나와도 본안소송으로 장기화
당 내홍 장기화 시 차기 총선 패배 우려도 커져
중재 나선 주호영, "尹 포용해야…인사 지적도"
  • 등록 2022-08-21 오후 7:02:04

    수정 2022-08-21 오후 8:51:19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여당에 대한 맹폭격을 퍼붓자 주호영 비대위호(號)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선거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청년당원의 분열, 현 사태를 둘러싸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외에 차기 당권주자와 중진 세력, 초선 의원 간 사분오열된 당심(黨心), 내홍에 따른 당 지지율 하락세 등이 당장 당면한 3대 과제다.

이런 내홍을 조기에 수습하고 집권여당으로서의 권위와 역할을 되찾기 위해 주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이 전 대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해당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역부족이란 의견이 많다. 이로 인해 내년 초 치러질 예정인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당 내부 분열과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장예천 청년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준석 사태로 당심 ‘사분오열’…혼란 계속될 듯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전 대표가 한 달여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저격한 데 이어 연일 당 지도부에 대한 집중포화를 퍼붓자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친윤(친윤석열) 세력인 2030 청년 당원과 친이준석계 당원들이 맞붙으며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청년 당원 갈등에 첫 불을 지핀 인물은 윤석열 대선 캠프 청년본부장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년소통TF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 18일 이용 의원의 도움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표와 친이준석계 청년 스피커, 이준석의 강성 팬덤으로 당내 청년당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당의 혁신을 위해 (이 전 대표는) 반성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해당 기자회견 이후 이 전 대표와 김용태 전 최고위원, 임승호 전 대변인 등은 장 이사장과 SNS상에서 ‘여의도 2시 청년’(정치 이외에 사회 생활한 적 없는 여의도 청년을 비꼬는 말), ‘여의도 10시 청년’(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국회 소통관을 어슬렁거림을 지적하는 말), ‘청년팔이’, ‘레미제라블’(장 이사장을 빗댄 말) 등을 언급하며 전쟁을 방불케 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렇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으며 기존 의원들도 전선에 참여하며 한마디씩 거들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쪽은 오래된 성추문으로 공격하고 한쪽은 되지도 않은 응석과 칭얼거림으로 대응한다”며 “참 구질구질하게 정치들 한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현 비대위 상황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거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해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이 꼽힌다. 윤핵관 계파색이 비교적 덜한 이들은 최근 당내 혼란과 수습을 위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를 공개적으로 폐지하고 비대위 단일체제로 가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주 위원장 중재로 갈등은 봉합되긴 했지만 이후 안 의원은 팬덤정치를 막기 위해 여야 중진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갈수록 행보를 넓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비대위 전환 과정과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의견은 물론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이견도 상당해 앞으로 의사결정에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제공)
◇여당, 이준석 추가 징계 시사…주호영, 작심비판하기도

이 전 대표는 윤핵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본인의 차기 전당대회 참여 슬로건이나 당원 가입 모집의 명분을 ‘윤핵관의 명예로운 정계 은퇴’라고 공개 선언하는 등 이미 윤핵관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비대위 전환과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예정인 가운데 이 전 대표는 본안소송도 별도로 진행, 장기적으로 ‘집권여당 흔들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를 징계하며 현 사태를 야기한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또다시 입장문을 내며 추가 징계를 시사했다. 윤리위는 “당헌 및 당규에 따라 당의 위신 훼손, 타인의 모욕 및 명예훼손, 고질적인 계파 갈등 조장 등 당원의 품위유지를 위반하고 반하는 것에 대해 예외 없이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최근 이 전 대표에 대해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같은 입장문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언론에 “푸하하하”라고 의견을 전하며 비꼬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땀을 닦고 있다.(사진 출처=이데일리)
이준석 리스크로 정권 초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맥을 못추고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 둘째주 국민의힘 지지율은 35.8%로 더불어민주당(47.1%)에 비해 5주 연속 오차범위 밖으로 뒤지고 있다. 지난 16일 공식 출범한 비대위가 제대로 순항하지 못하자 주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에 대해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그는 “가급적 이 문제는 재판으로 끝까지 공격하는 걸로 두지 말고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잘 해결했으면 한다”며 “국민은 대대통령이 어른인데 (이 전 대표를) 포용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야당이)‘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 아는 사람들 위주로 쓴다’는 것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차기 전당대회는 오는 12월에 시작해서 내년 1월이나 2월에는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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